도넛이 그려져 있는 메뉴판에 스마트폰을 갖다 댔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 화면에 도넛의 열량과 성분이 분석됐다. 120Cal를 초과하는 도넛을 피해 낮은 열량의 도넛을 집어 들었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KT가 선보인 근거리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능을 직접 사용해 본 결과다. NFC는 10cm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대의 휴대전화 또는 휴대전화와 다른 전자기기가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도록 돕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항공사 창구 단말기에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항공권 발급이 한 번에 처리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뽑을 때도 프린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저절로 출력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전자태그(RFID)와 같은 원리의 작은 반도체 하나가 스마트폰을 훨씬 더 똑똑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 근거리 한계가 오히려 장점
이런 NFC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갈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결코 뛰어난 기술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10cm 이내에서만 작동한다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면서 오히려 이런 기술적 한계가 더 환영받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 NFC 스마트폰의 10cm 이내까지 해커가 접근하지 않는다면 통신할 길이 없어 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특정 위치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통신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이보다 편한 게 없다. 기존 블루투스나 무선랜 등의 무선통신 수단은 사용자가 직접 복잡한 설정을 해야 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는 2015년까지 세계 5억 명의 인구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현금이나 신용카드, T머니 등의 전자화폐 대신 휴대전화를 이용할 것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S2’ 등이 NFC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주요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앞으로 NFC 스마트폰은 교통카드는 물론이고 모바일 신용카드 역할을 하면서 스마트 전자지갑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앞으로 내놓을 스마트폰에 NFC 기능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 전방위로 확대되는 NFC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스마트폰에 NFC를 넣는 데 바빴다면 통신사들은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의 음성통화 매출이 크게 줄었고 앞으로도 통신요금은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NFC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한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NFC는 통신시장을 벗어나 다른 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비자카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런던시내 대중교통과 주요 쇼핑센터 등 비자카드 가맹점을 중심으로 NFC 모바일 결제를 세계인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KT는 16일부터 전국 카페베네 커피숍에서 NFC 스마트폰을 종이쿠폰처럼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계산대의 NFC 터치패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기존 종이쿠폰에 찍어주던 확인도장을 스마트폰에 기록해 주는 것이다. 소비자는 종이쿠폰을 관리하는 번거로움이 줄어 좋고 기업은 고객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런 편리한 방식을 금융결제에도 적용하기 위해 3개 통신사와 금융회사 및 결제대행사(VAN) 등을 포함시킨 ‘그랜드 코리아 얼라이언스’라는 NFC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올해 상반기(1∼6월) 중 NFC 활용방안을 마련할 계획. 그때가 되면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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