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건설사 분양 관계자들이 약간의 ‘푸념’을 섞어 털어놓은, 올 봄 아파트 분양 전략을 요약한 말이다. 최근 몇 해간 워낙 공급이 부족해 내놓는 족족 ‘매진’ 사례를 빚는 일부 지방 단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통상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비싸게 공급됐던 분양가를 시세와 비슷하게 조정하는 것은 요즘 ‘기본’으로 통할 정도다.
부동산 침체기에 한층 까다로운 눈을 갖게 된 수요자들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기존 아파트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점을 알아서 보완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통 큰 서비스’로 ‘고객 만족’에 애쓰는 것이 요즘 아파트 마케팅의 성공 공식으로 통하는 분위기다.
13일 본보기집(모델하우스)을 연 수원 ‘래미안 영통 마크원’에는 84m² 주택형에 발코니 등 서비스면적을 평균 42m² 제공하는 등 서비스면적이 전용면적의 절반에 달했고, 이달 말부터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서는 ‘수성못 코오롱하늘채’와, ‘이시아폴리스 더샵 2차’는 복층 설계로 1층 입주민에 방 하나를 더 ‘얹어준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나섰다.
최근 일부 지방광역시에서 전 주택형 분양에 성공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생각보다 청약 성적도 좋았고 계약률도 높았는데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하니 프리미엄은 전혀 붙지 않아 놀랐다”며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까지 집을 사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그 만큼 올 봄 분양 시장에는 투자 세력보다 실수요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늘어난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수납공간, 가구 등은 물론 손잡이, 스위치 하나까지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문을 연 모델하우스들에서는 과거 아파트들에서 ‘2%’ 부족했던 편의 시설들이 철저히 주부 눈높이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래미안 영통 마크원’은 여러 개의 스위치가 모여 있는 복합스위치 단자에 ‘거실’ ‘주방’ 등 전등 위치별 이름표를 달고, 욕실 내에 수건 양말 등 빨래를 넣을 수 있는 빨래통을 배치해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GS건설은 ‘광주첨단자이2차’ ‘강서한강자이’등 올해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파우더룸에 주부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한 접이식 거울과 티슈 보관대를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울을 가까이에 놓고 화장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뚜껑을 닫아 놓으면 작업대로, 열면 거울로 활용할 수 있는 보석함 스타일의 거울을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6월 분양을 앞둔 신규 단지들에도 과거 아파트에서 보기 힘들었던 ‘플러스 2%’가 속속 설치될 예정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소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분양 성수기인 6월이 끝나기 전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추가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통 큰 서비스’와 ‘디테일 서비스’가 교차하는 올 봄 분양 시장에서 각 건설사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처럼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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