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강만수 - 우리 이팔성 ‘정면충돌’… ‘産銀+우리금융’ 합병안 놓고 양측 기싸움 치열
동아일보
입력 2011-05-17 03:00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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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메가뱅크로 도약하면 투자유치 수월해져”
우리 “국민혈세 낭비… 민영화 최소 20년 걸릴것”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우면서 금융계에서 ‘실세(實勢) 중에 실세’로 꼽히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산은금융’ 합병안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강 회장이 두 금융지주 합병 시나리오를 쓰며, 이 회장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독자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 회장은 시나리오의 허점을 조목조목 들춰내며 불쾌해 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우리금융 매각방안을 확정해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금융 실세들의 난타전과 기싸움에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산은금융이 구상하는 합병안에 대해 16일 반박자료를 통해 공격에 나섰다. 특히 “국책 금융기관인 산은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수반되는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를 두고 공적자금이 상환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해야 할 산은금융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은금융은 우리금융 합병 후 증시 상장 등을 통해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야 민영화를 이룰 수 있다”며 “인수 후 상장 등에만 최소 1년 6개월 이상 소요되고 완전히 민영화되는 데는 최소 2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완전 민영화될 때까지 우리금융은 국책 금융기관으로 상당 기간 정부의 통제를 받으며 경쟁력이 하락하는 등 폐해가 심각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금융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강 회장 취임 후 산은금융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우리금융 인수 검토보고서가 15일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산은금융은 이 보고서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해 ‘메가뱅크’로 도약하면 기업가치가 상승할 뿐 아니라 투자 유치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금융의 최대 약점인 수신기반의 취약성이 우리금융과의 결합으로 자연스레 해소되고,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면서 매각이 쉬워진다는 논리다. 한국에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은 많지만 세계적 금융기관은 없는 만큼 합병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두 금융기관을 합병해봐야 자산규모 505조 원으로, 글로벌 순위가 54위로 50위 이내에도 들지 못한다”며 “합병 후 동일인 대출한도 규제 등으로 기업 고객이 빠져나가면 자산규모는 더 줄어든다”고 반박했다. 또 “관치(官治) 금융과 정부 간섭으로 몸살을 앓는 국내 금융업 현실을 감안할 때 국책은행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 금융지주가 합병하면 초대형 국유(國有)·국영(國營) 금융기관이 출현하게 된다”며 “사실상 민영화를 포기하는 방안인 데다 금융시장의 경쟁 질서를 훼손할 우려도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관치금융 철폐 및 메가뱅크 저지 공동투쟁본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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