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기 돌아온 ‘반토막’ 베트남펀드… 수익자총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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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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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간판 내려라” 투자자 거센 항의

“5년이나 투자했고 주식형이 아니라 주식혼합형 펀드인데 원금을 잃다니 경영진이 전부 나와 무릎 꿇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운용사 간판 내리세요!” “판매 당시 손해 볼 위험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다섯 배 수익 날 거라고 미끼를 던지지 않았습니까. 대표이사는 나와 계세요?”

13일 국내 공모 베트남펀드 중 처음으로 6월 만기를 맞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 월드와이드 베트남펀드’ 1호의 수익자 총회가 열린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건설전문회관 대강당. 투자자들의 날선 질의가 시작되자 썰렁했던 대강당 안은 일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운용보수 받고 얼굴 들고 다닐 자격이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에게 담당자들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섰다” “면목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 베트남펀드 열풍의 끝


2006년 해외펀드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베트남펀드들이 결국 ‘반 토막 펀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올해부터 속속 만기를 맞이한다. 베트남펀드는 대부분 5년 만기 폐쇄형으로 설정돼 있어 중도에 환매할 수 없었다. 이번에 만기를 맞은 ‘한국 월드와이드’의 수익률은 ―30.28%. 이 기간 베트남 VN지수가 6.29%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로 봐도 아주 저조한 수익률이다. 총회 참석 대상자는 4406명(설정액 745억 원)이지만 이미 과반수 투자자가 서면 의결을 한 뒤라 이날은 여덟 명의 투자자만 참석했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항의성 질문이 잇따르자 운용을 책임진 한국투신운용과 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 임직원 40여 명은 긴장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베트남 증시는 2006년 ‘해외펀드’ 인기를 등에 업은 국내 운용사 등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며 2006년 10월 이후 VN지수는 510 선대에서 2007년 10월 1,100 선대로 급등했다. 국내 대부분의 베트남펀드 역시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설정됐다. 뭉칫돈을 싸들고 직접 찾아와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넘치고,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가 뛰자 운용사들은 고점에서 계속 주식을 매입했다. 하지만 2007년 유동성 위기에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치며 지수가 234까지 급락했고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한국 월드와이드 베트남 혼합2’(―54.53%),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1’(―40.89%) 등 대부분의 베트남펀드가 설정 후 현재 평균 30%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다.

○ 베트남 증시 향방 여전히 불투명

폐쇄형으로 설정돼 있는 베트남펀드는 만기를 맞아 수익을 확정하고 청산할 것인지, 만기연장을 할 것인지를 수익자 총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올 초 만기를 맞았던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사모 베트남펀드는 반 토막 수익률로 청산됐으며, 한국운용의 사모펀드는 만기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공모 펀드로서는 처음 만기 여부를 결정하는 총회였던 이날 투자자들은 만기 5년 연장과 함께 개방형 전환을 결정했다.

문제는 베트남 경제 환경 악화로 증시 향방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투신운용 측은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 긴축 정책이 효과를 내고 외국 공장들이 베트남으로 옮겨오면서 경제 성장률을 회복해 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VN지수가 640∼670 정도로 반등하면서 원금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식료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연 15%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데다 외환 부족으로 동화 절하 추세 역시 지속되고 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원금만 찾자는 생각에서 만기 연장에 동의하긴 했지만 통화위기와 부정부패 등 베트남 내부 이슈를 보면 회복이 요원해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 결의안에 반대하는 투자자들은 다음 달 2일까지 반대매수권을 청구할 수 있으며 6월 9일 기준가를 적용해 정산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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