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감동 위의 감동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날씬한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 성형수술을 받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한다. 그들의 노력이 이미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디퍼런트’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문영미 교수가 쓴 책인데 읽는 내내 스마트폰 시장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최근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2’를 빌려 써보고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든 스마트폰입니다. ‘2초에 1대씩 팔려나간다’는 소비자 반응이 이해가 갑니다. 애플의 ‘아이폰4’나 최근 국내에 선보인 다른 외국기업들의 최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교해 어디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경쟁사의 새 제품은 갤럭시S2를 뛰어넘을 겁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3GS’가 한국에서 처음 판매되자 소비자들은 “이렇게 좋은 제품을 몰랐다니 지금까지 속아 살았다”는 식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이후 등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도, 그 뒤에 나온 아이폰4도 이런 감동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으로 이미 새로운 형태의 제품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이번에 나온 갤럭시S2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흥분은 점점 잦아들고 있습니다. 새로 등장한 스마트폰이 1mm 더 얇아졌다고 해도, 화면이 더 또렷해졌다고 해도 말입니다. 애플이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며 사용할 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잔뜩 선보이고 “이렇게 쓰면 즐겁고 재미있다”며 광고를 하지만 역시 ‘많이 본 레퍼토리’입니다. 소비자들은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경쟁사들은 이런 마케팅까지 따라합니다. 모두가 아름다워진 상황에서 체중이 1kg 덜 나가고 코가 1mm 더 높은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앞서 소개한 책에서 문 교수는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는 수직축만이 아니라 수평축도 타고 이동한다”며 대학생 때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본 배우 우피 골드버그의 공연을 소개합니다. 지금이야 골드버그가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유명 배우지만 당시에는 그저 잘나가는 신인에 불과했습니다. 문 교수는 코미디 배우라니까 골드버그의 공연을 보며 ‘실컷 웃을 생각’을 하고 극장을 찾았죠. 하지만 골드버그는 웃기는 능력은 평범했습니다. 대신 자신의 코미디에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웃어볼까 하는 기대는 깨졌지만 더 큰 감명을 받고 극장 문을 나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우피 골드버그 이야기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살 때 더 많은 앱, 더 좋은 기계, 더 편리한 조작법(UI) 등을 기대하지만 그 틀에 머물러 있는 한 절대로 오랫동안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갤럭시S2를 써보니 삼성전자는 ‘수직축’에서는 이미 애플을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잠깐이겠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 완전히 다른 감동을 주는 삼성의 ‘수평축’ 이동을 기대해 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