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부실과 전현직 직원의 비리 등으로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과 국·실장 인사를 28일 전격 단행했다. 국·실장 대부분을 교체하고 각종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검사 인력을 400명에서 501명으로 늘렸다. 또 팀장과 팀원에 대해서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추가로 단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권혁세 신임 금감원장이 부원장의 인사권을 모두 회수해서 개혁에 필요한 인사를 직접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질적 인사권을 쥐고 있는 부원장을 중심으로 ‘줄서기 문화’가 만연하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조직 이기주의가 창궐하면서 감독 검사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 ‘끼리끼리 구태’ 청산 의도
금감원은 국·실장 55명 가운데 85%에 이르는 47명을 교체했다. 출범 이래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권역별 주무국장의 경우 한 금융권역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업계와의 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금감원 출범 후 처음으로 전원 교환 배치했다. 직원의 비리 혐의로 문제를 일으킨 저축은행, 기업공시 담당 국·실장도 교체했다.
이처럼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한 것은 금감원의 고질병인 ‘끼리끼리 문화’를 청산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1999년 1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출범했다. 당시 각각 4 대 3 대 2 대 1의 인력 비율로 합쳐졌고 은행, 증권, 보험, 비(非)은행(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분야의 검사와 감독을 나눠 맡았다. 그러나 서로 자신들의 업무영역으로 넘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13년째인 현재까지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조직 내 갈등을 빚어왔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역별 대표선수(부원장)들이 자체 인사안을 짜서 협의한 뒤 금감원장에게 올리는 방식의 인사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권 원장이 부원장의 인사권을 회수해 직접 인사안을 짰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사쇼크’에 가까운 파격 인사 때문에 검사 인력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권역별 이기주의의 병폐를 치유하지 못하면 금감원의 개혁도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게 권 원장의 인식이다.
○ “청렴-우수 인력 검사라인으로”
조직 개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우선 일반은행서비스국, 특수은행서비스국 등의 명칭이 각각 일반은행검사국, 특수은행검사국으로 바뀌었다. ‘서비스’를 ‘검사’로 바꿈으로써 향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검사 인력도 25.3% 증원했다.
권 원장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금감원의 ‘에이스’들이 책임이 뒤따르는 검사 라인을 기피하고 후선 업무로 물러나 있었다”며 “청렴성과 도덕성, 실력을 겸비한 인재들을 검사의 최전방으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곧 있을 팀장급 인사에서도 검사를 강화하는 권 원장의 의지가 반영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사 권한을 앞세워 구태(舊態)와 구악(舊惡)의 모습을 보인 직원은 검사 라인에서 빼서 권한이 없는 후선 지원부서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금융서비스개선국을 신설한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대출을 조건으로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는 ‘꺾기’ 등 불공정거래와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서 판매하는 불완전판매 행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 권원장 “인출예금 환수 위해 법률 검토”
한편 권 원장은 이날 금감원에서 열린 맞춤형 서민금융 상담행사에 참석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부당하게 인출된 예금을) 최대한 환수할 수 있도록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허태열 위원장(한나라당)도 “불법 인출 예금을 전액 환수해야 한다는 데 여야 간 합의가 돼 있다”며 “법을 개정해서라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부조리와 비리 척결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업무관행 개선, 검사 선진화 등의 쇄신 방안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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