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Global/창업부터 세계시장 노리는 슈퍼 벤처]<9>초소형 공기청정기 제조 에어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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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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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다” 국내 퇴짜… “역발상” 해외서 대박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가 5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사무실에서 152g의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제품을 보면 마치 막내 자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비타 제공
이길순 에어비타 대표가 5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사무실에서 152g의 초소형 공기청정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제품을 보면 마치 막내 자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비타 제공
1990년대 후반 그는 일본에 살고 있는 언니 집에 놀러갔다. 그 집의 거실과 방에는 작은 공기청정기가 있었다. ‘공기청정기가 작고 가볍다면 휴대할 수도 있겠구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들 앞에서 선언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공기청정기를 만들겠다.” 가족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엄마가 잠시 저러다 말겠지, 뭐.”

2002년 설립돼 연 매출 38억 원을 올리는 공기청정기 생산회사 ‘에어비타’의 이길순 대표(47) 얘기다. 한국항공대 법대를 나와 살림만 하던 그는 연구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무게가 고작 152g인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가로 17cm, 세로 4.8cm, 높이 9cm. 그의 꿈대로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공기청정기였다. 가족 몰래 본인 명의로 돼 있던 집을 팔아 공기청정기 회사를 차렸다. 그야말로 ‘용감한’ 주부였다.

○ ‘어려울 때 기술을 개발하자’

하지만 세상사는 간단하지 않았다. 물건을 팔러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이렇게 작은 공기청정기가 어디 있느냐”며 “공기가 깨끗해지긴 하냐”고 비아냥거렸다. 2000년대 초반 공기청정기는 일단 크고 무거운 게 대세였다. 대개는 과시용으로 공기청정기를 거실에 뒀기 때문이다.

‘역시 무리였나’ 싶어 실의에 빠져있을 때 세계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세계는 넓은데 한국은 정말 좁더라고요.”

이 대표가 좌절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었던 건 작은 공기청정기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 덕분이었다. 사업이 어려울수록 ‘누가 이기나 해 보자’는 오기도 생겼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시기에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다. 어려울 때 희망을 얘기하는 이 대표를 직원들도 응원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02년 3000∼6000개의 음이온이 나오던 첫 제품이 2004년엔 9만9000개 수준으로 성능이 업그레이드됐다.

○ 해외에서 뚫은 사업 활로

기회는 2005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에서 열렸다. 부스 앞을 지나가던 독일 QVC홈쇼핑의 부회장이 에어비타의 공기청정기를 보더니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물은 것이다. 그는 “이렇게 작은 공기청정기도 있느냐”며 “역발상이 맘에 든다. 나도 써보고 우리 직원들에게 보여주겠다”며 즉석에서 5개를 사갔다.

그로부터 3개월 후. QVC홈쇼핑 직원이 이 대표 앞으로 e메일을 보내왔다. ‘부회장이 써 보시더니 담배 냄새도 빠지고 비염도 사라져 정말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저희와 함께 홈쇼핑 방송을 해 보시면 어떨까요?’

독일 QVC홈쇼핑은 방송을 앞두고 에어비타 측에 기술인증서, 각종 실험 성적서, 샘플 수십 개를 보내달라고 했다. 여러 달에 걸친 테스트 끝에 QVC 측은 최종적으로 제품 1만6000개를 주문했다. 얼마 후 홈쇼핑 관계자가 다시 e메일을 보내왔다. ‘보통 첫 거래는 많아 봤자 수천 개인데 부회장이 적극 지원하면서 대박을 쳤습니다. 1만6000개가 다 팔렸으니 이제 2만3000개를 보내주십시오.’

독일에서의 성공은 GS, 현대, CJ 등 국내 홈쇼핑 진출로도 이어졌다.

○ 예비 베이징대 학부모를 공략


2006년 위기가 찾아왔다. 값싼 중국 제품 공세였다. 당시 에어비타 제품은 9만 원 수준(현재는 12만9000원)이었는데 중국 회사들은 커다란 공기청정기를 5만9000원에 팔았다.

이 대표는 다시 용감해졌다. 중국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에어비타 제품을 살 만한 중산층을 노리기로 했다.

베이징(北京)대에 들어갈 만한 수준의 중국 고교 3학년 7명의 학부모에게 공기청정기를 팔았다. 우연인지, 공기청정기의 효과 덕분인지 제품을 사용한 학생 전부 베이징대에 합격했고, 이 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주위에서 ‘도대체 비결이 뭐냐’고 물을 때 “에어비타 공기청정기로 깨끗한 수험 분위기를 만들었다”란 말이 들리도록 마케팅을 했다. 그때부터 중국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국적은 달라도 역시 주부 마음은 주부가 속속들이 알았다.

이 대표는 예전에 자식들이 엄마가 바쁘다고 서운해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들은 첫째이고 에어비타는 막내야. 엄마들은 본래 아직 덜 큰 막내를 챙겨주는 거니 이해해 줘!”라고.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 에어비타는 어떤 회사?


―2002년 9월 설립
―2005년 4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및 특별상 수상
―2008년 5월 제43회 발명의 날 대통령상 수상
―2009년 11월 독일 구텐베르크 발명전 은상 수상
―2011년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중동 등 26개국 수출
지난해 매출 38억 원 중 해외 비중이 20억 원으로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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