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겐지 나이토 한국인피니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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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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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연주 매력에 푹 빠져 삽니다”

한국인피니티의 다양한 문화 마케팅의 배경에는 겐지 나이토 대표의 ‘기타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낙원상가에서 직접 구입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나이토 대표.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인피니티의 다양한 문화 마케팅의 배경에는 겐지 나이토 대표의 ‘기타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낙원상가에서 직접 구입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나이토 대표.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그의 시작은 대학교에 다니던 아들의 방을 들여다본 것이었다.

아들 녀석이 침대에 걸터앉아 전자기타를 치고 있었다. 수준급 실력은 아니지만 솜씨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본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지만 여느 직장인이 그렇듯 바쁜 회사 생활과 해외 근무 속에서 청년 때 가졌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고 말았다. 직접 기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었다.

“어렵냐. 그거?”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는 아버지를 보며 아들이 답했다.

“별로 안 어려워요. 저도 학교 밴드 들어가면서부터 배운 거예요. 배워 보실래요?”

3년 전, 겐지 나이토 한국인피니티 대표(49)는 그렇게 처음 기타를 배웠다. 그리고 이제는 기타가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 기타 연주의 4가지 매력

기타 연주를 취미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기타 연주는 4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①악보와 기타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길러지고 ②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③양손을 다 사용해서 두뇌개발에 도움이 되며 ④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화제로 삼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나이토 대표는 주말마다 3∼4시간씩 기타를 연주한다. 그는 “처음에 통기타 연주부터 시작했는데 요즘은 전자기타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며 “썩 잘 치는 실력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마음으로 재충전하는 데는 기타 연주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고 가족은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다. 주말마다 기타 연주를 하면 외로움도 잊을 수 있고, 가끔 일본에 가 아들을 만났을 때 대화거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로 연주하는 곡은 일본의 유명 록밴드 ‘서던 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곡. 나이토 대표는 “올해 안으로 한국 가요 한 곡을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라며 “케이 팝(K-POP)이라고 불리는 한국 가요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기타 연주가 취미지만,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가수는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다.

○ “낙원상가, 환상적”

그는 인터뷰 자리에 3대의 기타를 들고 왔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에서 직접 구입한 것들이다. “악기에 대한 열정으로 낙원상가를 찾은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게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들르게 됐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의 또 다른 취미는 혼자서 서울 시내 곳곳을 걸어 다니는 것이다. 가로수길, 삼청동, 경복궁 등 서울의 유명하다는 곳은 다 가봤다. 지난해 여름, 인사동을 찾았던 나이토 대표는 우연히 인사동 부근에 있는 낙원상가를 둘러보게 됐다.

그는 “수많은 악기가 그렇게 모여 있는 광경은 처음 봤다”며 “일본 백화점 등에도 대형 악기 매장이 있지만, 낙원상가처럼 오로지 악기 가게만 모여 있는 곳은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 환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더욱 환상적이었다. 나이토 대표는 악기상들과 영어, 일본어, 서툰 한국말을 섞어가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말은 잘 안 통해도 음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대화가 됐다”며 “악기상의 추천으로 구입한 세 대의 기타는 일본의 유명 브랜드 제품과 견줘 봐도 품질이 훌륭하고 가격은 싸다”고 말했다. 이들 기타는 나이토 대표의 한국 생활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 문화 마케팅 더욱 강화

이처럼 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취미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문화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피니티는 그동안 ‘태양의 서커스 퀴담’, ‘블루맨그룹 메가스타 월드투어’ 등 다양한 공연을 후원해 왔다. 특히 전 세계 인피니티 법인 가운데 한국인피니티가 최초로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 마케팅은 지난해부터 인피티니 본사 차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후원하며 고객의 자녀들을 초청해 발레, 탭댄스, 연기 등을 가르쳐 주는 ‘빌리 스쿨’을 진행해 고객들의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내가 기타를 취미로 삼아 삶이 행복해진 것처럼 보다 많은 고객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접해 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화 마케팅은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모던 럭셔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구축하는 효과도 있다. 나이토 대표는 “차에 대한 지식이 많고 굉장히 섬세한 면을 가진 한국 고객들에게 무작정 ‘럭셔리 브랜드’라고 주입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다”며 “고객과 문화 예술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모던 럭셔리의 이미지와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우수한 품질로 올 한 해 한국에서 4000대가량의 인피니티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또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가기 전 한국 가요 한 곡을 완전히 익혀 회사 연말 송년회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한국말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겐지 나이토 대표는


―1962년 출생
―1985년 와세다대 졸업, 닛산 자동차 입사
―1993∼1995년 닛산 해외 세일즈&마케팅 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1996∼2000년 닛산 뉴질랜드 세일즈&마케팅 고문
―2000∼2003년 닛산 GOM 사장 겸 세일즈 매니저
―2003∼2005년 닛산 남아프리카 기획 책임자
―2005∼2008년 닛산 태국 기획 부사장
―2008∼2010년 닛산 중남미 총괄 책임자
―2010년∼ 한국 인피니티·닛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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