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해법 없다고? 시장을 둘로 쪼개라, 더 큰 시장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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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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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편한 신발의 대명사 ‘크록스’(왼쪽 사진)와 진짜 러시아산 보드카라고 주장하는 ‘스톨리치나야’는 시장을 둘로 쪼개는 기법을 활용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동아일보DB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단순히 둘로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때가 있다. 하이트맥주가 대표적 사례다. 하이트맥주는 ‘150m 지하에서 뽑아낸 천연 암반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3년 시장에 출시됐다. 당시까지는 맥주 시장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던 물을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함으로써 소비자의 생각을 깨끗한 물로 만든 맥주와 그렇지 않은 맥주로 분리했다. 그 결과 소비자 인식상에 2가지 맥주가 존재하게 됐다. 이를 통해 수십 년간 OB맥주가 지배해온 대한민국 맥주 시장에 변화가 시작됐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2가지로 분리되는 것을 편하게 생각한다. 사람이 지각하는 대부분의 범주화 역시 2가지로 구분된다. 남자와 여자, 하늘과 땅, 아군과 적군, 나와 너, 흑과 백, 전진과 후퇴, 사랑과 증오, 결혼과 이혼…. 사람은 왜 세상을 둘로 구분하는 걸까? 머리 쓰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인지적으로 과다한 자원을 쓰는 것을 매우 싫어해 꼭 필요한 만큼만 머리를 쓰려 한다. 몇 가지 예를 더 살펴보자.

○ 크록스

세상에는 두 가지 신발이 있었다. 예쁜 신발과 편한 신발이다. 예쁜 신발은 편하지 않고 편한 신발은 예쁘지 않다. 그런데 엉뚱한 제품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크록스 신발이다. 이 신발은 예쁘지도 않고 기능성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편리성과 경제성은 매우 높다. 이 제품은 오직 싸고 편한 신발을 지향한다. 한번 사서 신다가 마음에 안 들면 버리면 그만이다. 크록스는 ‘예쁜 신발 vs 편한 신발’이라는 기존 틀을 깨고 ‘부담스러운 신발 vs 싸고 편한 신발’이라는 새로운 이분법을 만들어냈다. 신발의 오래된 상식을 재정립한 것이다. 크록스는 신발을 처음 내놓은 2003년 첫해에 고작 120만 달러어치를 팔았지만 2008년에는 무려 8억5000만 달러어치를 팔아 5년 만에 70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뤘다.

○ 스톨리치나야 보드카

스톨리치나야 보드카도 전형적인 분리 전략을 활용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스톨리치나야는 제품의 다양한 속성 중 원산지를 이용해 소비자 인식을 ‘진짜 러시아산 보드카’와 ‘짝퉁 러시아산 보드카’ 둘로 나눴다. “미국산 보드카 대부분이 마치 러시아에서 제조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사모바르: 펜실베이니아 주 스킨리에서 제조. 스미르노프: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에서 제조. 울프슈미트: 인디애나 주 로렌스버그에서 제조. 스톨리치나야는 다릅니다. 진짜 러시아산입니다”라는 광고 슬로건을 통해 다른 브랜드들과의 이미지 분리를 시도했다. 병 상표에도 ‘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제조’라고 큼지막하게 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분리에 대한 소비자 심리의 이해

외부의 정보를 접했을 때 인간은 ‘범주화’와 ‘통합’ 단계를 거치면서 정보를 처리한다. 범주화는 서로 비슷한 정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주는 것을 의미하며, 통합은 범주화된 정보를 합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단계다.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범주화와 통합의 과정을 겪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시장을 둘로 구분하는 게 효과적이다. 시장을 둘로 나누면 범주화와 통합의 과정을 임의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억 구조, 즉 ‘임시 기억 범주’가 만들어진다. 시장을 둘로 나누면 임시 기억 범주를 더 잘 만들 수 있고 그에 따라 정보의 통합이 수월해져 기억률이 높아지고 결국 선호도가 증가하게 된다. 소비자로 하여금 세상을 둘로 나눠볼 수 있게 해 주면 이처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순하게 시장을 나누는 작업의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8호(2011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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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가 본사 붕괴 다음날 영업재개한 비결

▼ Special Report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9·11테러로 맨해튼 본사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로 다음 날 영업을 재개했다. 수년간의 꾸준한 대피 훈련 덕에 건물 붕괴 직전 2700명의 직원이 신속히 탈출에 성공한 데다 대체 사업장까지 미리 보유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위기가 아닌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버티지 못하고 몰락하는 기업도 많다. 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충격을 받아도 남들보다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기업 복원력(corporate resilience)을 보유했느냐 아니냐다. 과거에 비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훨씬 커지면서 기업 복원력의 유무가 기업 생존을 결정짓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수석 연구원과 유종기 딜로이트 이사가 기업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7대 전략을 제시한다.



매출이 계속 떨어지는 브랜드는 수명 다된 걸까

▼ Brand Management


특정 브랜드의 매출 성과가 계속 하락할 때 대다수 기업은 그 브랜드를 회생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 무조건 새 브랜드를 육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매출 성과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브랜드라고 모두 수명이 다한 걸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시장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브랜드 자산이 있다. 브랜드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해도 최소한 브랜드의 인지 자산은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육성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재활성화하는 편이 위험 부담도 적고 비용도 적게 든다. LG생활건강의 치약 브랜드 페리오는 제품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포장 디자인을 바꿔 성공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바 있다. 김동균 비아이티컨설팅 대표가 브랜드 퇴출 판별 기준과 성공적인 브랜드 재활성화 전략을 소개한다.



영리기업-시민단체 손 잡으니 놀라운 결과가…

▼ Harvard Business Review


최근 멕시코의 한 시민단체는 멕시코 관개시설 건설업체 아만코(Amanco)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영세 농민들을 상대로 한 아만코의 사업을 도왔다. 이 시민단체는 농부들이 단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알선해준 후 대출금으로 아만코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후 농민들에게 관개기술을 전파하고 관개 시스템도 직접 설치해줬다. 그 결과 연간 5600만 달러 규모의 적수 관개(drip irrigation) 시장이 형성됐고, 농부들은 관개 시설 설치를 통해 농작물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아만코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빈곤, 질병 등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코너에서 영리 기업과 시민단체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수익도 늘리는 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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