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한국, 부품업계 인프라 고민할 때”

  • 동아일보

■ IT 부품사 LG이노텍 허영호 사장의 요즘 심경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이 회사 본사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선의의 경쟁을 해온 일본의 시련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한국 부품산업의 인프라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G이노텍 제공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이 회사 본사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선의의 경쟁을 해온 일본의 시련에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한국 부품산업의 인프라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G이노텍 제공
허영호 LG이노텍 사장(59)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광주에 있는 전자·정보기술(IT) 관련 부품회사인 한국알프스 공장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한국알프스의 모(母)회사인 일본 알프스전기는 LG이노텍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70년 일본 알프스와 한국 금성이 합작해 만든 전자·IT 부품회사 ‘금성알프스전자’가 세월을 거쳐 2000년 사명이 바뀐 게 지금의 LG이노텍이다. 이들의 합작 관계는 1990년대 후반 끝났지만 현재 광주에는 LG이노텍 공장과 한국알프스공장이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LG이노텍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허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선의의 경쟁을 해온 일본의 시련에 따뜻한 위로를 전할 때”라며 “일본 거래처에 피해 상황을 다그쳐 묻지 않고, 그들의 아픈 사연을 귀 기울여 듣는 ‘기다림의 배려’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2001년 3067억 원이던 LG이노텍의 연매출은 지난해 4조1035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발광다이오드(LED), 모바일 등의 부품을 만들어 매출규모로 LG그룹 내 5위로 우뚝 섰다.

이 회사는 일부 핵심 부품을 세계 최고기술을 지닌 일본에서 사온다. 그런데 지진 피해가 불가피한 일본으로부터 부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LG전자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봇물 터지듯 나왔던 각국의 경기부양정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단되면서 세계 전자업계는 재고 부담도 안고 있던 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977년 LG전자 TV생산과에 입사해 2002년부터 LG이노텍 사장을 맡고 있는 허 사장은 “30여 년간 전자업계에 일하면서 이번처럼 앞날을 알 수 없는 큰 충격은 처음”이라며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부품·소재 산업이야말로 한국 전자·IT업계가 미래를 걸고 키워야 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부터 협력 부품회사를 찾아가 중장기 경영전략을 짜주는 ‘경영닥터제’,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회사 간 벤치마킹을 돕는 ‘자주연구회’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11일엔 이 회사 ‘동반성장 발전위원회’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 부품 협력회사 9곳을 선정해 36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포토마스크용 보호필름인 ‘펠리클’을 세계적 기술력으로 생산하게 된 국내 기업도 포함돼 있다.

허 사장은 “동일본 대지진은 세계인의 슬픔인 동시에 우리 부품업계의 인프라를 고민해보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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