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EO적정 임기는? 햇수 아닌 ‘리더십 四季’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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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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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최고경영자(CEO) 임기는 몇 년이 적절할까요?”

CEO 임기는 기업마다 시대마다 천차만별이다. 불과 1, 2년마다 CEO를 교체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10년 이상 임기를 보장해주는 기업도 있다. 어떤 기업들은 CEO 임기를 변덕스럽게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CEO의 적정 임기는 햇수를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CEO가 수행하는 핵심 역할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체적 햇수는 산업의 성격과 해당 기업의 전략적 지향성, CEO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72년 조직이론가였던 스탠리 아이첸 교수와 노먼 예트먼 교수는 미국 대학 농구팀들의 코치 교체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코치 교체 자체는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나 코치의 재임 기간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한 것. 즉, 어느 정도까지는 코치의 임기에 비례해 팀 성적이 높아지다 특정 지점을 넘어서면 임기가 길수록 팀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 1990년대 초 최고경영진 이론과 전략적 리더십 이론의 거장인 도널드 햄브릭 교수는 이 흥미로운 발견을 CEO 임기의 라이프사이클 모델로 발전시켰다. 햄브릭 교수는 CEO 전체 임기는 CEO의 핵심 역할 변천에 따라 각각 구분되는 여러 단계로 구성된다는 ‘CEO의 5계절 이론’을 제시했다. 햄브릭 교수가 제시한 CEO의 5계절 모형은 영리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경영의 리더십 직책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단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세분된 데다 각 단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필자는 기존 학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CEO 임기 단계별 라이프사이클 모형들을 새롭게 통합하고 재구성한 4계절 모형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직관적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단계마다 임기 연장의 필요 조건인 단계별 핵심성과지표(KPI)를 제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CEO의 4계 중 1단계는 ‘기존 문제 해결’ 단계다. 전임 CEO의 임기 말에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와 위기를 최단 기간에 해결하는 게 신임 CEO의 핵심 임무다. 단기간에 위기 극복에 성공하면 임기가 2단계로 연장되며, 실패하면 새로운 구원투수가 투입된다. 제2단계는 ‘신성장 동력 구축’ 단계. 위기에서 벗어난 조직을 미래지향적 성장을 통해 한 계단 도약시키기 위해 CEO 자신만의 경영모델을 구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제임스 마치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역량과 가능성에 대한 ‘탐색(exploration)’이 조직 활동 전반을 지배한다. 신성장 동력의 구체적 성과가 창출되지 않는 단계이기 때문에 비전의 타당성과 매력도에 대한 평가로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3단계는 ‘고성과 실현’ 단계다. 전 단계에서 씨를 뿌린 신성장 동력이 본격적으로 작동되면서 높은 성과가 창출되는 시기다. 성과의 기반이 되는 핵심 역량, 즉 강점을 선택하고 이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교수의 분석틀에서 말하는 기존 역량의 ‘활용(exploitation)’이 조직 활동의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성장 추세와 효율성의 지속적 향상을 입증하면 마지막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마지막은 ‘위기’ 단계다. 성과 창출의 부작용이 표면화하고 CEO 리더십에 위기 징후가 나타난다. 환경이 변했는데도 이전까지의 성공 공식과 핵심 역량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다 무너지는, 이른바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빠지거나 이전까지의 높은 성과에서 오는 과도한 자신감과 자기 역량에 대한 과대평가가 위기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CEO가 이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적 변혁을 시도하기는 어렵다. 결국 새로운 CEO로 교체되는 수순을 밟는다.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도 4계절이 있다. CEO의 적정 임기는 재직 햇수보다 계절에 맞는 역할 수행도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DBR DB
최고경영자(CEO)의 임기도 4계절이 있다. CEO의 적정 임기는 재직 햇수보다 계절에 맞는 역할 수행도를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 DBR DB
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디즈니의 CEO였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의 임기는 전형적인 4계절 패턴을 보인다. 1980년대 중반 수익 감소와 비효율성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던 디즈니의 CEO로 취임한 아이즈너는 테마파크 입장료 인상과 수익원의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2, 3년 만에 디즈니를 위기에서 구했다. 이어 아이즈너 회장은 1980년대 후반 자신만의 새로운 신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매년 글로벌 히트작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하고 이를 기념품, 학용품, 테마파크, 투어상품, 뮤지컬, DVD 등 다양한 관련 사업 분야로 확장했다. 이런 새로운 모델이 ‘라이온 킹’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으로 구체화해 실현된 1990년대 중반 디즈니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창출한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아이즈너 회장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ABC방송국을 인수하는 등 무절제한 과욕을 부리다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고 자신도 물러나게 된다. 4계절 모형의 각 단계가 몇 년인지 햇수로 일반화해서 제시하기는 어렵다. 기업별로 외부 환경과 기업 내부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환경이 안정적인 산업일수록 CEO 임기의 계절 진행이 느리며 환경이 불안정하고 급변할 때는 단계별 진행이 가속화할 것이다. CEO가 어느 정도의 권한과 자유재량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단계별 성과도 달라진다. CEO가 고성과 실현 단계 등에서 자신이 구축한 신성장 모델과 기존 강점의 활용 및 효율성 극대화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 신성장 동력에도 역량을 투자한다면 고성과 실현 단계가 연장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각 CEO가 계절별로 요구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정성적 관점에서 적정 임기를 평가하는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dshin@yonsei.ac.kr
정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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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이유

▼ 전쟁과 경영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을 수도로 그리스와 소아시아 일대에 걸쳐 있었던 비잔틴 제국은 무려 1000년 가까이 지속됐다. 군사적 측면에서 비잔틴 제국을 지탱해 준 요인은 3중으로 둘러쳐진 ‘테오도시우스의 성벽’과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는 ‘그리스의 불’의 힘이 컸다. 하지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도 결국 오스만튀르크에 함락됐다. 표면적으로는 성벽의 비상문 하나를 실수로 열어놓았던 게 화근이었지만 진짜 원인은 비잔틴 제국의 나태해진 정신에 있었다. 비잔틴 제국은 부와 쾌락에 물들면서 국방의 의무를 용병에게 맡겼다.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 전쟁에 가담한 병사 총 7000명 중 4000명이 용병과 외부 자원병이었다. 흔히 인간은 절망적 상황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과 의지가 저절로 나온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부와 쾌락에 물들면 인간의 정신과 판단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타락한다. 21세기에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조직 내 권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 Harvard Business Review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전략은 조직 내에서 논란을 야기하게 마련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전략 실행에 반대하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논리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즉, 권력이 필요하다. 권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자신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돈이 유일한 자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영향력을 얻기 위해 가치 있는 네트워크, 정보 접근성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배분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부차적인 문제에 정치적인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정적들에게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조용히 물러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이런 권력 다툼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이런 꺼림칙한 기분을 극복해야 한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가 조직 내 권력 투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업무실적, 이직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 Career Planning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이직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자신의 업무 실적’을 꼽았다. 물론 기업도 후보자들의 역량을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업무 실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경험과 실적이 자신이 지원하는 포지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렇기 때문에 지원하는 포지션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연결고리 없이 단순하게 ‘나는 업무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나는 스펙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기업에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단순히 연봉 및 직급 상승을 위한 이직이 아닌 자신의 역량을 좀 더 잘 발휘하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이직을 준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자신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을 선별하고,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이 해당 포지션과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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