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자율통제-공적 감시 균형 찾아야[기고/김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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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전 상지대 교수(전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
김형미 전 상지대 교수(전 한국협동조합학회 회장)
지난해 12월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및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반영한 정부의 농협 개혁은 속도와 과감성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협 개혁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정부 대책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 최근 여당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농협 개혁은 법적으로 완성을 향해 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개혁은 외부로부터 거센 압박이 있을 때 절박하게 대응하면서 이뤄진다. 정부의 강한 개혁 의지와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는 지금이 농협 개혁을 할 적기다. 이번 기회에 농협은 조합원 권익 증진에 앞장서고, 농촌과 농민의 버팀목이자 생활·문화·복지 인프라로 거듭나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다만 최근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에는 일부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우선 농협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대안으로 정부 주도의 외부 기관에 의한 강력한 감시와 통제 모델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농협감사위원회 별도 법인화와 위원회에 부여된 강력한 권한이 핵심이다. 이는 ‘대상을 신뢰할 수 없으니 강력한 외부 기구를 만들어 통제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강력한 외부 통제는 단기적 처방으로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을 소외시킬 뿐 아니라, 협동조합 존립 근거인 자율성과 민주성의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

농협 내부통제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개혁안은 근본적으로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 탄탄하게 거듭나도록 촉진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협동조합의 본질은 함께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민주적으로 조합을 통제하고 시장 변화에 공동 대응하면서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치에 있다. 자치 역량이 성장해야 자강할 수 있고 협동조합이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다.

중앙회 또는 조합 등 임직원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그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무 정지를 명할 수 있는 조항도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조항에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 전에 행정력이 우선 개입해 선출직 직무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경영상 안전조치나 공익적 목적 등 이유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조항을 오용하지 않도록 제한 장치를 두지 않는다면 조합원의 민주적 선택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명분이 정당해도 그 수단이 자치권을 침범하는 경계선상에 있다면 사회적 합의와 법적 정합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개혁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다 보니 현장의 충분한 여론 수렴이나 전문적인 검토가 부족해 보이는 점이 아쉽다.

아무리 훌륭한 개혁도 균형점을 잃고 과하면 부작용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농협 개혁은 협동조합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조합원의 참여와 노력을 북돋우면서 공적 감시도 강화하는 윈윈을 달성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마련해 조합원과 농업 관계자, 협동조합 연구자 등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율적인 통제와 합리적인 공적 감시 균형점을 찾는 숙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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