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외국인 매도세-인플레 리스크… 2大 변수 주시하라

  • 동아일보

외국인의 매물 폭탄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간 2조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증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내부 수급 기반이 취약해 충격은 훨씬 컸다. 궁금한 것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는 배경이다.

먼저 올 상반기는 선진국 증시가 신흥국보다 긍정적이다. 신흥국은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등 증시에 부정적인 뉴스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이제야 민간 부문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신흥시장의 전반적인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로 매도세를 확산하고 있다. 연초 동남아 시장에서 먼저 비중을 줄이다가 한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현재 우리 시장에서 환율, 물가, 금리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원화 강세→기업실적 둔화’라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제기하고 있다. 또 한국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펀드 환매가 증가하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 현금화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 매도 배경으로 다양한 이유가 꼽히지만 종합해보면 과거 2년간 확보한 수익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입장에서는 아직 차익을 실현할 여유가 있다.

앞으로 외국인 매도는 1, 2개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난주처럼 대규모 매도 공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보면 장기간 주가가 상승했던 화학, 자동차, 조선업종에서 물량을 줄이는 반면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정보기술(IT), 은행, 철강업종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소나기는 피한다’는 증시 격언처럼 당장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국인이 다시 매수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 완화 △기업실적 안정 △해외 뮤추얼펀드 자금 이탈 진정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동결했다. 지난달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금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대부분 수입물가 상승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원화 강세 기조가 더 유효한 수단이 된다고 본 것이다. 2개월 연속 금리를 올릴 경우 자산 가격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 동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연내 세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4%대의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돼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시는 펀더멘털 측면에선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유동성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에 직면했다.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라 주가는 굴곡과 기복을 이어갈 것이다. 물론 단기 급락에 따라 반등이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는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와 미국의 1월 산업생산을 주목해야 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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