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체인점인 배스킨라빈스는 1953년 문을 열면서 ‘하루 한 가지씩 매일 다른 맛’의 31가지 아이스크림을 내놨다. 당시로선 신선한 발상이었다. 배스킨라빈스는 이 기발한 전략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배스킨라빈스의 공동 창업자인 어빈 로빈스는 “우리가 고객에게 파는 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재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재미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눈과 입으로 맛보는 데 있다.
오늘날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선택의 다양성이란 개념은 이제 예전만큼 신선하지 않다. 1949년에 미국의 평범한 식료품점에서 제공하는 물품의 종류는 3700여 가지였지만 지금은 무려 4만5000종이 넘는다.
소비자 관점에서 선택할 게 많으면 무조건 좋기만 할까.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때로 선택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미 수많은 선택안이 제공된 시장에 더 많은 선택안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오히려 소비자 편에 서서 이들의 고통스러운 선택 과정을 긍정적이고 부담 없는 경험으로 바꿔줘야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 과정을 즐겁게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소개한 시나 아옌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의 글을 요약한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4호(2월 1일자)에 전문이 번역돼 실려 있다.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는 말은 유명하다. 계획적으로 제품 가짓수를 줄이면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늘리면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P&G는 26가지의 비듬 방지 샴푸 중 잘 안 팔리는 11가지 제품을 없앴다. 이후 놀랍게도 매출이 10% 증가했다. 2001년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한 온라인 식료품점이 제품 수를 과감하게 줄인 결과, 42개 제품의 평균 매출이 11% 늘었다.
매출이 저조한데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면, 포커스 그룹이나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포커스 그룹의 잠재 고객들은 제품의 가장 주요한 특징을 포착한 후, 그 특징이 왜 실제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지, 이어지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고객들의 반응이 모호하거나 관심이 없어 보이면 해당 기업의 제품군 간에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즉, 제품 수를 줄여야 할 시점이다.
고객들이 복잡한 선택지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고르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자신감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 즉 전문가의 조언에 기대는 방법이 있다. 선택안이 많은 상황에서 이상적인 소비자는 가장 전문가적인 소비자다.
기업은 전문가의 평가와 추천 정보를 소비자가 손쉽게 입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도 즉각 필요한 지식을 갖춰 자신감 있게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많은 사람이 추천하거나 신뢰할 만한 곳에서 나온 정보라면 비전문적인 의견도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구매자 평가를 공개하는 아마존, 일부 제품의 추천 평을 게재하고 있는 식품업체인 홀푸드나 페어웨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2009년 와인 전문지 ‘와인 엔수지에스트(Wine Enthusiast)’ 선정 최고의 와인 판매점으로 꼽힌 베스트셀러스(Best Cellars)는 고객에게 와인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와인 선별의 고통을 단숨에 날려줬다. 와인 쇼핑에 나선 고객은 일단 베스트셀러스 측 와인전문가의 도움으로 적절한 가격대의 우수한 와인 100종을 선택한다. 고객에게 와인 100종은 적지 않은 숫자다. 이런 이유로 베스트셀러스는 100종의 와인을 ‘거품형’ ‘주스형’ ‘달콤형’ 등의 8가지 범주로 묶어줬다. 이제 고객은 8가지 범주를 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유형을 선택한 후 개별 와인의 라벨을 꼼꼼하게 읽고 최종 선택하면 된다.
선택 과정의 단순화를 위해 개별 유형은 10개 이하의 제품으로 묶여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 범위 안에서는 선택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즐기는 경향을 보이며, 빠뜨린 것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도 보인다. 특히 일부 소비자는 스스로 원하는 제품을 분류할 능력이 부족하다. 이때 기업이나 소매점에서 제시한 범주가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과거 구매 경험에서 교훈을 얻게 도와주는 것도 유용하다. 복잡한 선택을 해야 하거나,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할 때 특히 그렇다. 얕은 물에서 시작해 서서히 깊은 물로 옮겨 갈 때는 소비자가 그 과정에서 선택하는 안목을 키우고 배짱도 두둑해지기 때문에 선택 숫자가 늘어나도 부담이 덜하다.
초기에 소수의 선택지를 주는 것은 운동 시작 전에 몸을 푸는 일과 같다.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취향을 자각하고 선택의 부담도 덜면서 더 나은 구매 경험을 할 수 있다. 선택 경험이 반복되면서 선택의 기술이 향상되면 훨씬 복잡한 선택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은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들이 처한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고객이 복잡하고 낯선 선택 환경 속에서도 상황을 잘 통제하도록 기업이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은 갈 길을 몰라 당황하고 있는 고객을 도와 이들이 방대한 선택의 소용돌이에서 잘 헤쳐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4호(2011년 2월 1일자·창간 3주년 기념호)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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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만족도 높여야 외부고객 만족시킨다
▼ Special Report
“관료적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상사에게는 얼굴을, 고객에게는 엉덩이를 내밀게 된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관료적 조직에 대해 이같이 일갈했다. 관료적 조직에서 직원들은 고객보다 상사를 훨씬 더 신경 쓰게 된다는 의미다. 예측 가능성이 높았던 20세기 산업사회에서는 기계-관료제 모델(machine bureaucracy model)이 효율적 경영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점차 효력을 잃게 됐다. 이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일선 현장 직원부터 중간관리자와 최고경영자들은 자신의 시선을 고객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진은 ‘외부 고객 만족은 내부 고객 만족으로부터’라는 모토를 내걸고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인사 및 조직 관리 방안을 소개한다.
SNS 통한 마케팅 효과 극대화하려면…
▼ SNS Marketing
트위터의 파급력은 트위터 글을 언제 올리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이 트위터에 남긴 글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면 해당 트윗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팔로어에게 리트윗을 해줘야 한다. 여기서 리트윗은 트위터의 이용 시간과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트위터를 할 수 있는데 이용시간이 뭐 그리 대수냐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조사 결과 사람들이 리트윗을 많이 하는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5∼9시, 오후 11시∼오전 1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신 트윗을 확인한 뒤 곧바로 리트윗을 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대신 점심시간 전후에 집중적으로 리트윗을 하거나 오후 일과를 마친 저녁이나 심야에 주로 리트윗을 한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트위터 메시지 확산 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트위터로 메시지를 더 폭넓게 확산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혁신에 대한 오해와 통념… ‘신화의 틀’을 깨라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많은 사람들은 찰나의 깨달음이 혁신을 낳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목욕하다 깨달음을 얻은 아르키메데스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낸 뉴턴을 생각해보라. 하지만 실제로 혁신은 5%의 영감과 95%의 땀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더 많다. 혁신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에서부터 성공적인 상업화에 이르는 일련의 활동이 연결된 하나의 사슬이라고 생각해보자. 가장 시간 소비가 많은 곳은 떠올린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으로 전체 사슬의 끝단에 위치해 있다. 또 문제가 발생하는 곳도 사슬을 구성하는 여러 단계 중 뒤편에 위치한다. 현명한 기업은 혁신 가치 사슬 가운데 자사가 어느 지점에서 취약한지 잘 파악하고 있고, 강점을 강화하려는 노력보다 약점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혁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통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혁신 활동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집중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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