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일 공동관리인이 털어놓은 쌍용차 매각-회생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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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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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분규땐 하루에 12번씩 후회… 직원들 일 못하게 되면서 노조 변화”

이유일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은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쌍용차는 아직 제품 개발과 투자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유일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은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쌍용차는 아직 제품 개발과 투자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처음 법원에서 요청이 왔을 때에는 이렇게 힘든 일일 줄 모르고 받아들였죠. 이제는 많은 돈을 준다 해도 법정관리인은 안 하렵니다.”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처음 법정관리인 자리를 맡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유례없는 노사분규를 겪는 동안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나,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러나 2009년 2월 이 관리인이 부임한 지 꼭 2년 만에 쌍용차는 구조조정과 매각협상에서 여러 차례의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기고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에 인수돼 다음 달 법정관리를 졸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사장을 지냈고, 쌍용차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관리인은 국내 자동차회사 2곳을 이끌어본 흔치 않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를 만나 기업 회생을 앞둔 소회와 쌍용차 매각 뒷얘기, 쌍용차의 과제를 들어봤다.

―법정관리 졸업을 눈앞에 뒀는데 소감은….

“홀가분하면서 아쉽다. 모든 직원을 끌어안지 못해 가슴이 아프고, 채권단에 100% 보상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빠른 회생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어려운 구조조정을 해낸 것이 첫째고, 둘째로 우리 직원들이 협조를 굉장히 잘 해줬다. ‘총고용 보장’을 주장하던 이들이 일을 못하게 되면서 직장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이 회생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정상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 노조가 굉장히 변했는데, 회사가 이걸 악용하려 들면 안 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으려 애쓴 걸로 아는데….

“열심히 다녔는데 한 푼도 못 꿨다. 산은에서 ‘마힌드라가 인수전에 꼭 참여한다’는 확약서를 요구하기에 마힌드라의 담당 수석부사장을 만나러 영국까지 1박 2일 만에 다녀오기도 했다. 문서는 받았는데 돈은 못 빌렸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밀린 월급을 거의 다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제 지난해분 월차수당이 곧 나가는데 그것만 주면 체불 임금이 없어진다.”

―매각 과정의 뒷얘기를 들려 달라. 어떤 회사들을 만났나.

“현대차 시절 쌓은 인맥을 동원해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피아트 르노 메르세데스벤츠 타타모터스 지리자동차와 접촉했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에 다 가본 셈이다. (인수설이 나왔던)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을 하기 때문에 안 만났다. 피아트에서는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체몰로 당시 회장을 만났는데 크라이슬러 인수 때문에 여력이 없다고 했다. 지리차 창업자인 리수푸(李書福) 회장도 두 번 만났는데 인수보다는 반조립제품 생산에 관심이 있었다.”

―마힌드라는 어떻게 알게 됐나.

“외국계 은행의 소개로 만나 서울에서 설명회를 해줬는데 계속 연락이 왔다. 솔직히 그 회사를 잘 몰랐고 진정성이 궁금했는데 아난드 마힌드라 그룹 부회장이 직접 인도로 초대했다. 공장을 살펴보고 괜찮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부진이 모두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의 엘리트였고, 쌍용차를 사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한국이 인도를 잘 모른다. 인수 가격을 적정하게 써내지 않으면 반드시 헐값 매각 논란이 나온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르노-닛산에 매각되는 걸 더 바라지 않았나.

“닛산에 있는 지인에게 진정성을 물어보니 ‘쌍용차를 키우려는 게 아니라 부족한 생산기지를 싸게 확보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해줬다. 끝까지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고 주변에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영안모자는 완성차보다는 엔진 기술에 관심이 더 많았고 루이아그룹은 회사의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

―쌍용차가 이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뭔가.

“무엇보다 정신적인 변화다. 솔직히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직원들이 회사가 쓰러지고 다시 서는 데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마힌드라가 들어온다고 회사가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닌데 너무 기대가 클까 봐 걱정도 된다. ‘회사를 살리는 것은 마힌드라가 아니라 우리’라고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쌍용차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해고자는 언제쯤 복직될까.

“2교대를 하게 될 때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1교대로도 라인을 풀가동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만큼 우리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 최고경영자(CEO)의 과제는 무엇인가.

“인수 후 통합작업(PMI)을 잘해서 회사를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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