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aT가 단팥빵 가격은 왜 조사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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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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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은 최근 2년 동안 큰 가격 변동은 없으나 중량이 20∼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한 공공기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입니다. 언뜻 보면 소비자 단체에서 냈을 법한 자료지만, 배포한 곳은 다름 아닌 aT(농수산물유통공사)입니다. 스스로 ‘수출과 유통을 통해 미래 농식품 산업을 주도한다’고 소개한 aT가 가공식품인 단팥빵 유통사업에도 새로 뛰어들겠다는 것일까요.

내막은 이렇습니다. 최근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불똥이 aT에까지 튄 것입니다. 상급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시로 aT는 최근 단팥빵, 커피믹스, 두부 등 가공식품의 시장가격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전례 없던 일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확한 가격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 뛰어야 할 aT가 25개월 동안 6개 단팥빵 브랜드의 가격이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하고, 페트병 콜라와 캔 콜라 중 어느 쪽 가격이 더 많이 올랐나 조사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요. 또 이 관계자는 “가격 비교 및 공개가 업체의 팔을 꺾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가격 인하 압력이라고 해석하진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과연 업체들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압력이 아니라고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aT가 내놓은 자료 외에도 최근 불거진 정유사 원가공개 논란을 지켜보며 정부가 세금, 환율 같은 거시적인 정책 대신 기업을 압박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물가 관리가 ‘기업 관리’는 아닐 텐데 말이죠.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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