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거가대교서 ‘신형 그랜저’ 몰아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19시 26분


18일 현대자동차가 부산과 거제도 일대에서 마련한 ‘신형 그랜저’ 시승회에 참석한 차량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거제시 사이 거가대교를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18일 현대자동차가 부산과 거제도 일대에서 마련한 ‘신형 그랜저’ 시승회에 참석한 차량이 부산 강서구와 경남 거제시 사이 거가대교를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거가대교에서 내려보는 남해 풍경이 시원했다. 앞뒤로 차가 없어 잠시 테스트를 해보기로 하고 가속 페달을 지그시 누르자 속도계 바늘이 시속 140㎞까지 너무나 손쉽게 뛰어올랐다. 동급 일본 세단에는 없는 직분사 엔진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다.

18일 현대자동차가 부산과 거제도 일대에서 연 시승회에서 국내 대형차시장을 술렁이게 하고 있는 '신형 그랜저'를 살펴보고 왔다.

● 강한 힘에 화려한 편의장치 갖춰

신형 그랜저는 지난달 6일 사전계약을 개시한 뒤로 한달 여 만에 2만7000여 대가 예약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높아진 가격과 날카로워진 외관에 거부감을 보이는 고객도 있다. 특히 가격대가 겹치게 된 일본 수입차업체들은 신형 그랜저의 위세를 경계하면서도 오히려 "기존 그랜저 고객 일부는 우리에게 올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2891만~3978만 원이었던 그랜저는 이번 풀체인지를 거치며 가격이 3112만~3901만 원으로 중간 가격대가 올라갔다. 비슷한 배기량인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도요타 '캠리' 등과 가격대가 겹친다.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가 선택 품목인 신형 그랜저와 달리 알티마 등은 후방카메라를 기본 옵션으로 갖췄고, 적극적인 판촉 행사로 실질적인 인하 효과가 100만~200만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같은 값인 셈이다.

실제로 몰아본 그랜저는 현대차의 주장대로 인상된 가격 폭 이상의 상품성을 분명히 갖추고 있었다. 버튼 시동 스마트키, 스마트 웰컴 시스템, 운전석과 조수석 전동 시트, 뒷좌석의 다기능 팔 받침대 등 동급 일본차에는 없는 편의장치가 수두룩했고 고급 가죽 시트와 은은한 실내조명 등 감성 품질도 한수 위였다.

특히 기자가 시승한 3.0L 모델이 내는 최고 출력 270마력의 시원한 힘은 기존 일본 중형·준대형 세단에서 맛보지 못한 것이었다. 어코드, 캠리, 알티마 등이 이미 출시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난 모델임을 감안하면 신형 그랜저의 신차 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였다.

● '젊음'과 '고급스러움' 사이에는

반면 신형 그랜저의 뒷좌석은 다리 공간이나 지붕 높이가 아이들이 앉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도 성인 남자가 편히 다리를 뻗고 가기에는 다소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매섭게 생긴 헤드램프와 번쩍번쩍 빛나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쏘나타'에는 썩 어울렸지만, 어쩐지 그랜저의 품격에는 걸맞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다. 일본 수입차회사 A사 관계자는 이를 두고 "점잖은 차를 선호하는 기존 그랜저 고객에게 새 그랜저는 너무 젊은 느낌"이라며 "이중 일부가 일본차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일본 수입차회사 B사의 임원은 정반대로 "신형 그랜저의 가격대가 높아지면서 기존 고객들이 '그랜저가 뭐 이렇게 비싸냐'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런 고객들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신형 그랜저가 중형차인 쏘나타처럼 젊어지고,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처럼 고급스러워지면서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넓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좁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 수입차회사 C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신형 그랜저를 쏘나타와 제네시스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놓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제네시스 쪽으로 좀 더 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이런 분석에 대해 "성능이 개폭 대선된 새 차가 나올 때면 늘 '상위 차종을 위협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시장이 평가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거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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