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쪼개서라도 아끼자” 1/2, 1/4 커팅야채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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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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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보는 주부들의 마음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장을 보러 집을 나서는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1만 원짜리 한 장으론 살 게 없다”는 말은 이미 옛말. 주부들은 “생필품 몇 개만 담으면 몇만 원이 금세 없어진다”며 아우성입니다.

물가는 올라도 하루 3번 끼니 때는 꼬박꼬박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지라 주부들은 장보기 패턴을 절약 모드로 바꿔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롯데슈퍼가 1월 1∼10일 열흘 동안 자사(自社) 매장의 상품매출과 배달건수 등을 집계해 지난해 12월의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이런 양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무 양배추 단호박 바나나 등 과일, 야채류의 경우 상품을 2분의 1이나 4분의 1로 잘라 소포장한 이른바 ‘커팅 상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월 대비 청과류는 115.9%, 야채류는 24.2%나 매출이 뛰었고 닭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품도 소포장 제품 매출이 12.6%나 늘었습니다. 상추 깻잎 당근 감자 등도 한두 끼 분량밖에 안 되는 990원 균일가 상품 매출이 49.8%나 늘었습니다. 통째로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소용량 제품 선호도가 높아진 겁니다.

같은 상품을 2개 이상 묶은 기획 상품의 매출은 3.4% 줄어든 반면에 단품 상품의 매출은 10.4% 증가한 것도 눈에 띕니다. 세제 양념류 통조림 등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묶음 상품보다 단품 상품이 단위 중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걸 잘 알지만 당장 계산대에서 지출할 돈을 아끼려도 눈물을 머금고 단품 상품을 구입한다는 거죠.

고유가 때문에 배달 의뢰도 크게 늘었습니다. 롯데슈퍼의 경우 같은 기간 배달 서비스를 의뢰한 고객이 전월 대비 평균 9% 정도 늘었답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강추위 여파로 외출을 꺼리는 영향도 있겠지만, 매장을 나가보면 평소 자가용을 타고 오던 고객들도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무섭다’며 배달을 의뢰한다”고 말했습니다.

상품 판매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소심해지는 주부들의 마음이 언제쯤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연일 내놓고 있는 물가안정 대책이 이번에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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