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 일격을 당한 일본이 중동의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주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원전 도입을 계획 중인 중동 국가들과 잇달아 원전 관련 협력을 맺으며 수주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구축하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협력 각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원자력협력 각서는 원전운전 인력 육성 및 원전 계획 수립 등 포괄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일종의 양해각서다. 원자력협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는데 이는 원자력 관련 기술과 부품을 평화적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정이다.
일본은 9일 현재 원자력협정이나 원자력협력에 서명한 국가가 11개국으로 이 가운데 8건이 2009년 이후 성사됐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9월 요르단 쿠웨이트와 각각 원자력협정과 원자력협력에 서명한 데 이어 12월에는 터키와도 원자력협력에 서명하는 등 무더기 원전 협력관계를 맺었다. 특히 2018년까지 4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인 터키와는 한국을 제치고 원전 수주 단독교섭을 벌이고 있다. 또 2025년까지 원전 2기를 건설할 요르단에서는 프랑스와 연합해 캐나다 러시아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피폭 경험국으로서 원전 수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일본이 중동의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서는 데는 향후 이 지역의 원전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원전 협력관계가 안정적인 원유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100만 kW급 원전 60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 지역에서는 230기의 원전 발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은 원전 기술 제공 대가로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최근 높은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동지역에서 향후 전력 및 하수도 등 인프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원전으로 맺어진 협력관계가 각종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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