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의 ‘쥐식빵’ 제보자가 경쟁업체인 뚜레쥬르 가맹점주의 남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빵업계 간의 치열한 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처음 인터넷사이트에 문제의 글과 죽은 생쥐 사진이 오른 뒤 신속하게 경찰수사를 의뢰했던 파리바게뜨는 26일 저녁 홈페이지에 ‘이물질 사건은 인근 경쟁 브랜드 점주 관계자의 자작극이라는 혐의에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와 관련해 경쟁업체 관계자는 “상대만큼이나 우리 쪽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면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쥐식빵의 진실을 밝히려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베이커리 업계는 이미 타격을 입었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사전 주문이 취소되고 현장 판매가 줄어드는 등 연매출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성탄절 시즌 매출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으로 업체들은 추산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작극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의 이면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들 간의 치열한 점포 수 경쟁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쥐식빵 사건의 두 빵집 역시 불과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에서 1위는 파리바게뜨, 2위는 뚜레쥬르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2222개이던 점포수를 올해 2600개로, 뚜레쥬르는 지난해 1294개이던 점포를 1400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말 각 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매출 1조15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69.0%, 뚜레쥬르는 3387억 원으로 23.3%를 차지했다. 이어 크라운베이커리가 717억 원으로 시장점유율 4.9%, 신라명과가 394억 원으로 2.7%다.
시장점유율은 비교적 큰 차이가 나지만 1, 2위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다. 이달 초 뚜레쥬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스토어 아이덴티티(SI)를 리뉴얼한 뒤 21일 서울 핵심 상권인 대학로에 새로운 BI를 적용한 매장을 열었다. 파리바게뜨 매장 맞은편 자리였다. 그러자 파리바게뜨 대학로점은 이날 배우 이영아 씨를 개장 1주년 기념으로 초대해 뚜레쥬르 오픈 행사에 맞대응했다. 경기 지역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전 재산을 투자해서 하는 사업인데 가까운 곳에 경쟁 빵집이 들어서면 신경이 바짝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업계 1, 2위가 극심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좋은 상권에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불과 20∼30m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점포 개설 담당자들 사이에는 ‘뚜레쥬르 있는 곳에 파리바게뜨 있다’는 농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인 상권을 지키면서 공생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저마다 혼자만 살겠다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커리 업체들은 경쟁업체 바로 옆에 매장을 내는 것은 영업 현장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며 개인사업자인 점주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프랜차이즈 빵집과 일반 개인 빵집이 차지하는 비율을 5 대 5 정도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2006년 3000여 개였으나 4년 만에 2000여 개가 늘어났다. 한 개인 제과점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빵집의 확장세가 무서울 정도라 일반 동네빵집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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