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충동투자’… 확실한 투자觀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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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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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뇌동매매의 덫을 피하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knb@donga.com
옛날 인도에 고명한 수도사가 있었다. 그는 진리를 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덫을 조심하라. 덫 위에 앉지 마라.” 그가 말하는 덫이란 소유의 덫, 정욕의 덫, 분노와 폭력의 덫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수도사가 기르는 앵무새도 늘 “덫을 조심하라. 덫 위에 앉지 마라”라고 따라 외쳤다. 그러던 어느 날 새장의 문이 열리는 바람에 앵무새가 숲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수도사와 사람들은 앵무새가 걱정돼 찾으러 다녔다. 숲 속을 헤매던 중 어디선가 “덫을 조심하라. 덫 위에 앉지 마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앵무새가 덫에 걸린 채 날개를 퍼덕거리며 “덫을 조심하라. 덫 위에 앉지 마라”라고 외치고 있었다.

대다수 투자자도 ‘주식시장의 앵무새’가 아닐까. 남들에게는 “뇌동매매 하지 마라, 추격매매 하지 마라,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하라”고 충고하면서도 막상 자기 자신은 시장 루머에 솔깃해 뇌동매매를 하고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추격매매를 하며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서둘러 매수를 한다. 그러곤 주식시장 군데군데 놓여 있는 덫에 발목을 덜컥 잡힌다.

또 말로는 시장 전망을 좋게 이야기하면서 손으로는 매도 주문표를 작성하고 당분간 시장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작은 호재가 나오면 금세 흥분해 주식을 사겠다고 법석을 떤다.

주식 투자자들은 뇌동매매를 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뇌동매매의 정확한 뜻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가 시세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갖지 못하고 시장 전체의 인기나 다른 투자자의 움직임에 편승해 매매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백화점에서 충동구매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물건을 사겠다는 계획도 없이 무작정 세일을 하는 백화점에 갔다가 저렴해 보이거나 다른 사람이 우르르 몰려 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투자자들이 뇌동매매의 덫에 쉽게 걸려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확고한 투자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원칙이나 판단 지표를 정해두고 나름대로의 투자관을 갖고 있으면 쉽게 뇌동매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 철학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 객장에 나가면 주변 투자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귀가 얇은 사람은 그런 말에 솔깃해지기 쉽다. 또 주식시세판이나 컴퓨터 단말기에서 깜박거리는 주가 변동이나 거래량 변화 등을 보다가 순간적으로 매매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몇몇 사람이 매매주문을 하는 것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덩달아 따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증권사 객장에 가지 말거나 시세 단말기를 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객장에 가서 최근에 나온 투자 자료도 수집해서 읽어보고 증권사 직원의 조언도 들어보는 것이 좋다. 다만 객장 분위기에 너무 휩싸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증권사 지점은 전국에 1800개가 넘는데 어느 한 곳의 분위기로 전체 시장 흐름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두 군데 인터넷 주식카페 정보를 통해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려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외국인투자가나 국내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객장 분위기나 인터넷 카페의 조언에 따라 우왕좌왕하고 뇌동매매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설명하는 신경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경제적으로 엉뚱한 행동을 하는 존재’이며 주식시장에서는 더 심하다고 한다. 인간의 뇌가 주식시장에 맞춰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공포 회로’로 불리는 뇌의 편도체가 이성적인 판단을 억누르고 공포감에 휩싸여 멀쩡한 주식을 팔아치우게 한다. 주가가 급등하면 실제로 얻는 이익보다는 미래 기대이익에 더 흥분해 탐욕에 휩싸여 추격매수를 하게 하는 등 합리적인 투자를 막는다. 성공하는 투자자들은 이러한 뇌동매매의 덫에 잘 빠지지 않는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해 항상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투자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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