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이재용 활동 폭 넓어지겠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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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향후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기 능력껏 하겠죠. (승진하면) 활동 폭은 넓어지겠죠"라고 답해 연말에 예정된 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계기로 이 부사장의 그룹 내 역할이 커질 것임을 시사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선 이 부사장이 사장 승진 이후 계열사를 맡을 것인지 아니면 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을 방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승진 여부에 대해선 "각 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은 통상 1월 초에 열렸지만 올해는 12월 초에 열림에 따라 인사 시기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수상자들은 통상 인사에서 한 직급 승진하게 된다.

한편 이 회장이 이날 언론에 밝힌 새해 경영화두는 다가올 10년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는 "새로운 10년은 옛날의 10년과는 다를 것이다. 21세기의 10년은 빠르게 오기 때문에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저도 긴장해야 한다. 임직원들도 신경 써서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안팎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조직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는 이 회장 특유의 경영 스타일이 그의 경영복귀와 함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1년 9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자박람회장에서도 "사회 모든 분야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재건된 그룹조직(옛 전략기획실)이 신수종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회장의 '다가올 10년' 발언은 더욱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2008년 서초사옥 준공 이후 첫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오래 안나왔나 싶다. 앞으로 종종 나오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이 회장이 삼성 특검 사태로 불가피했던 2년여의 공백기를 털어버리고 경영전면에 나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올 들어 대외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23년 전인 1987년 12월 1일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타계 이후 이 회장이 처음으로 그룹 회장으로 추대된 날이기도 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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