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말인사 ‘젊게, 그리고 넓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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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지침 밝혀… “승진할 사람은 해야 할 것”

‘젊게, 그리고 넓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새로운 인사지침이다. 이에 따라 올 12월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는 전무도 사장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 회장은 11일 연말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될 수 있는 대로 (인사 폭을) 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비즈니스 서밋 개막식에 참석한 뒤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 참관을 위해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승진할 사람은 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에 대해서는 “아직 못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발언은 지난달 12일과 30일 강조한 ‘젊은 조직론’과 ‘젊은 리더론’에 이어 ‘넓게’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 삼성그룹의 올해 말 사장단 인사가 대규모로 단행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은 술렁이고 있다. 어디까지가 젊은 것이고 어느 정도가 넓은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또 지금까지 삼성의 인사는 철저하게 실적을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조직을 많이 흔들지에 대한 의문도 생겨나고 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실적 차원이 아니라 경영복귀 이후 조직 추스르기 차원이며 이재용 부사장과 이부진 전무, 이서현 전무 등 3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는 데 따른 조직관리 포석”이라고 말했다. 한 임원은 사견을 전제로 “사장단 인사 승진 풀을 예전에는 고참 부사장급으로 한정했는데 이를 전무급 정도로 넓혀 과감한 발탁 인사를 실시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한 삼성 관계자도 새 인사 방침에 대해 “‘물갈이’보다는 ‘발탁’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한 과장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한 임원은 “이미 2년 전부터 삼성의 사장단 평균 나이는 젊어지고 있기 때문에 ‘젊음’이 단순히 물리적인 나이만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사장단 인사에서는 61세 이상의 사장단이 대부분 용퇴했으며 2009년 말 인사에서 새로 사장이 된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53.7세로 더 젊어졌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또는 역할 강화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인 최지성 사장의 부회장 승진설이 나오고 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지금의 사장단이 삼성가 3세들의 ‘멘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관계의 심도를 더해간다는 측면에서 사장단 일부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그 자리에 다른 젊은 임원을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젊고 넓은’ 인사의 지향점이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개발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등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금만 방심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애플 같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젊고 유연한 조직을 갖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파격적인 인사를 할 경우 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다른 그룹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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