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호주 증시 통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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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9159억 달러 시장 형성… 도쿄-홍콩 거래소에 도전장

아시아권에서도 미국 뉴욕거래소와 유럽의 유로넥스트거래소처럼 합병을 통한 대형거래소가 탄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매그너스 보커 싱가포르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와 로버트 엘스턴 호주증권거래소 CEO는 25일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합병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병규모는 총 84억 호주달러(약 83억 달러)로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호주증권거래소의 주식을 전량 인수하는 것이다. 이는 전 거래일인 22일 종가에 37%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다. 이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강력한 증권거래 허브를 만들게 됐다고 양측은 밝혔다.

세계거래소연맹(WFE)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 거래소는 합병으로 남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을 아우르는 시가총액 1조9159억 달러 규모의 증권거래소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시총 규모로는 세계 8위권이다. 또 상장기업 수도 2739개로 세계 6위권에 들게 됐다.

두 거래소의 합병이 성사되면 아시아권 대형 거래소가 설립되면서 경비가 절감되고 규모가 확대되는 한편 양 대륙을 오가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게 돼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돼도 양국 거래소는 통합거래소 산하 별도법인으로 운영된다. 통합 거래소의 회장 겸 CEO는 보커 싱가포르증권거래소 CEO가 취임할 예정이다.

양 거래소는 홍콩, 도쿄 등 거래 규모에서 앞서는 역내 증권거래소와 경쟁을 위해 통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홍콩 도쿄 등과 맞붙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홍콩 증시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370억 달러로 같은 기간 싱가포르와 호주 증시에서 진행된 IPO를 합한 규모보다 7배가량 많다. 이번 통합 이후 싱가포르증권거래소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 합병 사례로는 2006년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가 110억 달러 규모로 시카고상품거래소를 인수한 적이 있다. 2007년에는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가 102억 달러 규모로 유로넥스트를 합병한 바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 지분 5%를 인수한 적은 있지만 거래소 간 전면적 합병이 추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두 거래소가 합병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했지만 엘스턴 호주증권거래소 CEO는 통합이 양측 거래소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당국의 승인도 무난할 것으로 자신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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