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경주회의]한국, 환율전쟁 중재 전력투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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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환율 합의 못하면 귀국 비행기 안뜰지도…” 독려

‘환율 전쟁’의 소방수로 나선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했다.

22일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개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경주 회의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환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숨 막히는 행보를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회의장을 방문해 환영 연설을 통해 “여러분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제가 여러분이 돌아갈 때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가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합의를 독려했다.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만큼 G20 국가 간의 대립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 접점 찾기 위한 물밑 협상 이어져

회의 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국들 간에 의견 조율을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 윤 장관은 회의 개막 전인 이날 오전 미국 프랑스 캐나다 장관들과 잇달아 양자 면담을 했다. 윤 장관은 환율 문제를 언급하며 글로벌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협조와 주요 의제에 대한 합의안 도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밀한 분위기에서 30분 넘게 이뤄진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이 같은 쟁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다. 6월에 G20 토론토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캐나다의 짐 플래어티 재무장관은 윤 장관과의 면담에서 환율 갈등이 G20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조의 틀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특히 윤 장관은 2011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을 만나 G20 서울 정상회의에 상정되는 주요 의제 성과가 G20 정당성 유지 및 프랑스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도와 직결되는 만큼 적극적인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 예정돼 있던 윤 장관과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人民)은행장의 양자면담이 시간문제로 취소돼 환율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일정에 문제가 있었고 다시 면담 시간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마련한 ‘경주 선언’ 초안에 대한 참가국들의 협의 과정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회의장에서는 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회의의 공동의장인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 주재로 초안 자구(字句)에 대한 논의가 밤늦도록 진행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등 주요 참가국이 표현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초안 합의는 23일 새벽에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모든 것을 ‘환율 문제’ 해결에 맞춰

우리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인 중재에 나선 것은 환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G20과 한국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 재무장관 회의를 통해 환율 갈등의 가닥을 잡아야 다음 달 11일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룰 의제들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른 환율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 못하면 의장국인 한국의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심하면 G20의 판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율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경주 회의의 진행 방식도 이전 회의와는 다르게 구성했다. 과거 G20 장관회의는 만찬부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주로 환율 문제를 논의하는 세션인 ‘세계경제 동향 및 전망(세계경제)’ 세션을 만찬 앞에 배치했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는 당초 23일 열릴 예정이었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프레임워크(협력체계)’ 세션을 세계경제 세션과 함께 진행했다.

경주=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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