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1]시승기/ 포르셰 파나메라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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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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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럭셔리세단을 한몸에


‘차 한 대로 평소에는 벤츠 S클래스처럼 품위 있게 다니다 때로는 포르셰 911터보처럼 신나게 달릴 방법은 없을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생각이다. 포르셰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을 이뤄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만든 4도어 세단이 ‘파나메라’다.

과연 꿈을 이루어줄 모델인지 아니면 소비자를 현혹시켜 수익을 올리려는 모델인지 파나메라 터보를 극한까지 테스트해봤다. 기본 모델의 가격은 2억2500만 원이지만 테스트한 모델은 풀옵션이 들어가 2억8000만원 짜리다.

일단 초고성능 스포츠세단의 자격이 있는지 가속력 테스트. 4.8L 터보엔진은 500마력에 71.4kg·m에 이르는 무지막지한 출력을 뿜어낸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4.0초(크로노패지키)인데 직접 측정한 결과 4.1초가 나왔다. 노면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최적의 상태에서는 3초대도 가능해보였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론치콘트롤’을 작동시켜 출발하면 갑자기 등 뒤에서 시트가 꽝 하는 충격을 주며 무섭게 출발한다. 지긋이 밀어주는 게 아니라 뭔가 뒤에서 충돌하는 듯한 느낌이다. 일단 가속력에선 합격점이다. 최고속도는 제원상 시속 303km인데 정밀 GPS측정기로 재어보니 시속 300km를 힘겹게 달성했다. 생각처럼 쉽게 ‘300’의 영역대를 넘나들기는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시속 280km까지는 정말 거침없이 ‘한방’에 올라간다.

핸들링도 대형 세단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짜릿하다. 물론 차체가 무겁다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일반 스포츠카와 붙어서도 지지 않을 정도로 커브길을 돌아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도로를 발톱으로 꽉 붙잡고 다니는 느낌의 911시리즈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스포츠카급이긴 하지만 세단 중에서 가장 스포티하다는 것이지 최고성능 스포츠와 대적을 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안락한 승차감은? 처음에는 상당히 거친 듯한 기분이 들지만 조금 적응되고 나면 묘한 편안함이 찾아온다. 대형 럭셔리세단의 편안함과는 다른, 강하면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편안함이다. 뒷좌석이 답답해보였는데 실제로 뒤에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해보니 생각보다는 시야가 좋고 폐쇄공포증을 일으킬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파나메라 터보는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의 장점이 합쳐져 때에 따라 2가지 용도로 쓰는 것이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스포츠카도 아니고 편안한 세단도 아니어서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두 마리 모두 놓쳐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파나메라는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 양면적인 자동차였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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