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의혹 3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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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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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0대자녀에 서둘러 편법증여, 왜?
② 모친 이선애 씨의 역할은?
③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촉발?

李회장 사무실 압수수색 태광그룹 내 비자금 및 편법증여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주말인 16일 이호진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의 사무실이 위치한 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 사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李회장 사무실 압수수색 태광그룹 내 비자금 및 편법증여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이 주말인 16일 이호진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의 사무실이 위치한 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 사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태광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이 속속 노출되고 있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올해 48세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왜 10대 자녀들에게 서둘러 증여에 나섰는지다. 여기에는 태광그룹 경영권이 3남인 이호진 회장에게 넘어가게 된 가족사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식진 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2003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차남인 이영진 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잠시 경영에 뛰어들었으나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서울대를 졸업한 이호진 회장이 2003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당시 이 회장의 태광산업 지분은 15.14%였고, 고 이식진 씨의 장남인 이원준 씨(32·당시 25세)의 지분은 15.57%였다. 그런데 2004년 이 회장 장인인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동생)이 태광산업 지분 0.24%를 신규 확보하는 동안 이원준 씨 지분은 4.49%포인트 줄었다. 지난해에는 이원준 씨 지분이 11.08%에서 7.49%로 감소했다.

재계에서는 유교적 가풍이 강한 태광그룹에서 장자승계 원칙이 대두될 경우 장손인 이원준 씨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비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의 필요성을 느낀 것. 이원준 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부인 이선애 여사(82) ‘역할론’도 나온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종잣돈으로 지목되는 태광산업 차명주식 상당 부분을 이 여사가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2007년 금융감독원이 태광그룹의 ‘쌍용화재 인수 전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하면서 일부 차명계좌를 발견해 수사의뢰했을 때 검찰은 “이 회장 계좌가 아니라 이선애 여사 관리 계좌”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 여사만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현재 의혹이 제기된 차명주식 및 비자금의 상당 부분이 이 여사 소유로 드러나면 ‘같은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룹 내부 헤게모니 싸움이 이번 사건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그룹의 최우선 순위가 방송과 금융 쪽으로 옮겨가자 선대 때부터 섬유화학 쪽을 맡아 일익을 담당했던 임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 재계는 “수사 동선(動線)을 볼 때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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