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까지 치솟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데도 3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기상승세가 뚜렷한 데도 저금리를 방치함으로써 추후 자산 버블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할 물가를 담보로 경기상승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 금리를 올리는 것은 너무 늦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변수가 물가이긴 하지만 환율이 심하게 출렁일 때에는 국제금융 상황을 더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어 소비자 물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다소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였지만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 탓에 가격이 급등한 채소를 제외하면 2.9% 수준이라는 것. 앞으로 이상기온에 따른 가격 급등 요인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내년 2분기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하반기 중 0.50%포인트 올린 뒤 2012년 0.25%포인트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1조 달러 규모의 돈을 풀 것으로 보이는 등 양적완화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며 “풀린 돈이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에 연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은은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국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한은의 예측은 변하지 않았다”며 “타이밍을 봐서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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