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이어지면서 필자의 인터넷 검색이 잦아졌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 주요 와인 가이드들도 와인 평가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두에밀라비니(Duemilavini)’ ‘이 비니 디탈리아(I vini d'italia)’ ‘이 비니 디 베로넬리(I vini di veronelli)’ 같은 가이드도 있지만 제일 먼저 찾은 가이드는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GR)’다. 1987년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많이 팔리는 와인 가이드로 자리 잡았다. 감베로 로소는 다른 가이드와 달리 평가결과를 한꺼번에 발표하지 않는다. 레드, 화이트, 디저트 와인, 올해의 양조가 등 부문별 수상자 발표를 먼저 한 뒤 여러 날에 걸쳐 주(州)별로 선정한 와인 리스트를 공개한다.
사실 와인계에서 통용되는 감베로 로소의 정확한 명칭은 ‘감베로 로소 비니 디탈리아(Vini d'italia)’다. 감베로 로소는 출판사 이름이자 이 출판사가 발행하는 시리즈물의 이름이다. 감베로 로소라는 이름으로 레스토랑, 바에 관한 가이드 역시 매년 발행한다. 아울러 이들 출판사가 운영하는 음식 전문 방송채널 이름 역시 감베로 로소다. 감베로 로소란 이탈리아 말로 ‘붉은 새우’란 뜻이다. 감베로 로소의 책에 붉은 새우 그림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니 디탈리아’에서는 와인 잔 개수로 평가 결과를 보여주는데 3개가 최고다. 와인 애호가들에게 종종 들을 수 있는 ‘트레 비키에리’가 바로 와인 잔 3개 표시다. 이탈리아에서 매년 가장 많은 트레 비키에리 와인을 배출하는 주는 피에몬테다. 이번 발표에서도 2위인 토스카나보다 12개 많은 81개 와인이 트레 비키에리를 받았다. 이들이 매년 시음하는 와인의 수는 1만8000여 종으로 이 중 트레 비키에리를 받는 와인은 대략 2% 선에 지나지 않는다.
평가는 먼저 주별로 구성된 시음위원회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에 유리잔 하나, 유리잔 두 개 등으로 등급을 부여한 뒤 후자 중에서 특별히 우수한 와인을 선별한다. 이 와인들은 다시 전문가 8명의 심사를 거쳐 마침내 트레 비키에리를 부여받는 것이다. 비록 트레 비키에리를 받지 못했더라도 심사 대상에 올랐던 와인은 빨간색 와인잔으로 표시한다.
사실 유리잔 개수보다 먼저 찾아보게 되는 표시는 ‘*’ ‘★’이 아닐까 싶다. 전자는 유리잔 수와 관계없이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난 와인에, 후자는 트레 비키에리를 받은 와인이 10개가 넘을 때마다 이를 생산한 와이너리에 부여하는 마크다. 이 가이드북은 이듬해 봄이 되면 영어와 독일어 버전이 나오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탈리아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권씩은 가지고 있다. 2011년판 비니 디탈리아의 최고 레드로 이름을 올린 와인은 비온디 산티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세르바 2004년산이었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주의 와인 오르마 2006, 테누타 디 세테 폰티
2005년이 첫 빈티지이지만 2006년, 2007년산이 연속으로 감베로 로소에서 트레 비키에리를 받았다. 만화 ‘신의 물방울’의 열렬한 이탈리아 와인 애호가 혼마 초스케마저 가장 존경한다는 양조업자 카를로 페리니의 작품이다. 오르마의 단일 포도밭은 볼게리 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에 있다. 사시카이아, 오르넬라이아 포도밭이 멀지 않다. 카베르네 프랑 40%, 메를로 40%, 카베르네 소비뇽 20%씩 블렌딩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