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가젤형기업’ 만든 사람들]<5>태양광발전 전문기업 1호 에스에너지 홍성민 대표

동아일보 입력 2010-09-20 03:00수정 2010-09-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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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장서 中제품에 품질-가격경쟁 완승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이어도를 휩쓸고 간 날 “이걸로 끝이다”라는 생각에 홍성민 에스에너지 대표(50)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석 달 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가 태풍 때문에 고장 나면 회사를 정리해야 할 판이었다. 2001년 고작 3억 원으로 시작한 회사인 데다 그 해에 바로 8000만 원의 적자를 내, 이어도 기지 보수공사로 수천만 원을 쓰면 더 버티기 힘들었다. 회사로서는 처음 지은 발전소라 더 긴장이 됐다.

마음을 비우고 있던 홍 대표에게 월요일 오전 의외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전소에 설치된 카메라가 태풍 속에도 정상적으로 작동돼 태풍 상황을 빠짐없이 보고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됐고 발전기도 무사하다는 거였다. 전화를 끊은 홍 사장은 또 한 번 속으로 외쳤다. “아직 희망이 있구나!”

○ ‘국내 1호’가 겪었던 아찔한 순간들

국내서 최초의 태양광 발전 전문기업인 에스에너지는 개척자였기에 아슬아슬한 순간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회사 설립부터가 삼성전자의 태양광 발전 사업 구조조정에 의한 것이었다. 홍 대표가 삼성전자 태양광발전사업 팀장을 맡고 있던 1997년, 외환위기가 시작되자 회사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태양광발전사업부를 정리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할 수 있는 게 태양광밖에 없다”는 생각에 용감하게 사업에 도전했다. 그의 나이 41세였다. 퇴직금 9000여만 원을 털고 삼성전자로부터 창업지원금 등을 받아 자본금 3억 원으로 2001년 회사를 차렸다. 자신 외에 직원은 달랑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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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태양광 발전 시장을 직접 개척해야 했다. 태양광 발전을 아는 사람이 전무해 홍 대표가 태양광 발전의 효과와 해외 사례 자료를 모아 정부 기관 공무원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그는 “밥솥이나 물도 없이 쌀만 가지고 밥을 지어야 하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 유럽인 실망시킨 중국 업체 덕에 반사이익도

삼성전자가 구조조정한 태양광발전사업부를 매출 2000억 원을 넘보는 회사로 키워낸 홍성민 에스에너지 대표. 그는 “국내 1호 태양광 전문회사라 위기도 숱하게 넘겼지만 그 경험이 회사의 최고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여러 위기를 지나면서 에스에너지는 지난해 145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이 침체되고 숱한 업체가 도산할 때도 91억 원의 흑자를 냈다. 올해는 매출액이 23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 극복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홍 대표는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운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쌓아온 업력과 노하우 덕이라고 봐야 한다. 그는 사실상 국내 태양광 연구분야 1세대다. 1983년부터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에서 태양광발전 연구팀으로 배치된 후 지금까지 27년간 태양광과 함께해왔다. 지난해 기준 에스에너지의 손이 닿은 태양광 발전 시설은 1211개 주택을 비롯해 동해화력발전소 내 태양광 발전시설 등 총 1440곳, 25MW에 달한다.

에스에너지의 실력은 2008년 이후 해외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중국 업체들이 설비를 설치한 지 1, 2년 만에 잇따라 고장이 나면서 품질 시비에 휘말리자 에스에너지에 기회가 왔다. 싼 맛에 중국 제품을 설치했던 유럽의 수요자들이 유럽제품에 비해 값이 싸고 중국제품보다는 품질이 좋은 에스에너지를 찾게 된 것.

2008년 독일에 집중돼 있던 해외 거래처는 2009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등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해외 매출액은 2008년 295억 원에서 2009년 1050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는 2000억 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에스에너지가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많다. 지금까지 회사를 끌어온 원동력이 고도의 전문성이라기보다 남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해 왔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도 약한 편이다. 에스에너지는 수주사업의 한계를 500억 원 규모로 본다. 그 이상 대규모 사업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최근 LG전자, 현대중공업, 웅진그룹 등 자본력을 앞세운 회사들이 잇따라 태양광 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홍 대표도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노하우의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술력의 싸움”이라며 “새어 나가는 전기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 전기를 얼마만큼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생성할 수 있느냐에 대한 기술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하는 2015년 매출 목표는 1조 원, 영업이익은 1200억 원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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