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가뱅크 필요한가… 국제금융 입지확보 더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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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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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5년 SC제일銀 힐 행장

“초반 2년이 인수에 이어 조직을 다지는 시기였고 다음 2년이 성장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시기였다면 이제 본격적인 실행기에 접어들었습니다.”

9월로 제일은행 인수 5주년을 맞아 10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본점 은행장실에서 만난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45·사진)은 “SC그룹의 아시아 인도 아프리카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SC제일은행은 한국경제에 보탬이 되는 글로벌하면서도 ‘한국적인 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인도지점과 아부다비지점에 ‘한국’을 위한 사무실을 따로 만들고 한국 직원을 파견해 한국 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중국 베트남 등 12개국에도 ‘한국 사무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물론 지점 확대와 모바일 서비스 확충에 힘써 국내 영업전쟁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힐 행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2분기 대손충당금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줄었지만 그건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라며 “두드림통장, 드림팩 등의 상품에 이어 최근 은행고객들에게도 투자자문이 가능하도록 듀얼케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고객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민영화 등 금융권 인수합병(M&A) 바람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뒀다.

다만 그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오(No)’라고 대답했다. 그는 “큰 은행이 출현한다고 해서 대(對)고객 서비스가 개선될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대대적인 합병은 한국의 고객이나 직원에게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에 정말 필요한 것은 메가뱅크가 아닌 국제금융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한국 은행이 다른 해외 은행을 인수 또는 해외자본을 유치하거나 한국 은행의 국제적인 역량을 키우고 금융시장을 좀 더 개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간 중간 한국어를 섞어가며 답하던 그의 일반주택 거실 크기의 집무실에는 한국 가구와 전통악기 북, 하회탈에서부터 노조와 함께한 축구경기 사진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각종 물건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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