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 준공식이 추석연휴에 잡힌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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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준공-기공식은 황금의 홍보타임”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공장 준공식을 한국 시간으로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1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준공식에 참석한 뒤 추석인 22일 오후 2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추석 연휴의 절반이 날아가는 셈이다. 현대차 측에서도 추석 연휴기간 국내 신문이 휴간하기 때문에 충분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된다. 현대차가 준공식 참석자들의 ‘원성’과 홍보 효과 반감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날로 잡은 이유는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인 러시아 ‘VIP 인사’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 VIP가 누군지는 알려지는 순간 방문이 취소될 수 있어서 극비 사항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공장 기공식과 준공식 행사는 단순히 생산 시설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뜨고 공사를 마쳤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기업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 효과 외에 정치, 사회적인 의미까지도 고려해 국빈급 인사를 초청하고 행사가 열리는 날을 택일한다.

기공식이나 준공식에 현지 국가의 대통령이 참석하면 해당 기업에는 더없는 호재다. 대표적인 예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경우다.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함으로써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업계의 선두주자라는 점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중공업이 6월 니카라과 나가로테에서 개최한 이동식발전설비 준공식에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지인들은 현대중공업이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대통령이 참석해 준공식이 전국에 생방송되면서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이 해외에서도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면서 공장 기공식과 준공식은 정치적인 의미를 담기도 한다. 기아자동차는 2006년 10월 미국 조지아 공장 기공식을 미국 주지사 선거 2주 전에 실시했다. 다른 주와 치열한 경쟁 끝에 기아차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던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기아차 공장 유치를 자신의 재임 기간 최대 업적으로 내세웠다. 선거 직전에 열린 기아차 공장 기공식이 퍼듀 주지사의 업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 그는 거뜬히 재선에 성공했다.

기아차는 퍼듀 주지사의 후원에 힘입어 이후 공장 건설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퍼듀 주지사는 올해 2월 열린 기아차의 준공식 때도 참석해 자신의 연임을 도와준 기아차에 ‘답례’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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