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폭우 뚫고 ‘상생 세미나’ 찾아온 SK 협력사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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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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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안뺏어 가고 현금 결제 좋지만 중소기업 경쟁력 키워주는 게 최고”

SK그룹이 25일 서울 중구 SK그린빌딩에서 마련한 ‘상생 CEO 세미나’에 참석한 중소 협력업체 최고경영자들이 기업의 생존 전략에대한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제공 SK
SK그룹이 25일 서울 중구 SK그린빌딩에서 마련한 ‘상생 CEO 세미나’에 참석한 중소 협력업체 최고경영자들이 기업의 생존 전략에대한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 제공 SK
쏟아지는 폭우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25일 오전 7시 반.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SK그린빌딩에 우산을 받쳐 든 중년 남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SK그룹 13개 계열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 SK그룹이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해 마련한 ‘상생 CEO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7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빗길을 무릅쓰고 오는 참이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0층 홀에서 간단한 뷔페로 아침식사를 마친 이들은 바로 옆 강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SK 각 계열사의 상생 담당 임직원 8명이 반갑게 맞았다. 상반기에 CEO 세미나에 참석했던 협력업체 대표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이어 이호욱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연단에 섰다. 강의 주제는 ‘파괴적 혁신을 통한 기업의 생존 전략’. 강의실이 떠나가도록 중소기업의 살 길을 외치는 이 교수의 ‘고성(高聲) 강의’에 관록 넘치는 CEO들 사이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오전 10시 무렵 쉬는 시간이 되자 CEO들은 삼삼오오 모여 최근 경제 현안이며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연 상생이 뜨거운 이슈였다. 이들은 “대기업이 결제 잘해주고, 사람 안 빼앗아 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키워주는 것이 더 와 닿는다”고 입을 모았다.

SK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에 협력업체를 위한 상생 아카데미를 열었다. 반기별로 CEO들을 모아 경제 현안에 맞는 강의를 5차례 제공하는 상생 CEO 세미나, 중간관리자급을 대상으로 하는 상생 MDP(경영개발프로그램), 협력업체 임직원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상생 e러닝 등이 있다. 이 세 과정을 수강한 협력업체 직원은 5년간 10만 명이 넘는다. 교육에 드는 비용(CEO 세미나는 1인당 60만 원, 상생 MDP는 1인당 280만 원)은 각 계열사가 협력업체의 참가자 수에 비례해 전적으로 부담한다.

20년 넘게 SK에너지 및 SK건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동일산업의 김상년 대표는 “지난해 언론에서 키코(수출 기업에 막대한 환차손 피해를 준 통화옵션 상품) 얘기가 막 쏟아지는데 우리는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직원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때 이 세미나에서 환율 전문가 교수님을 초청해 강의를 해준 덕분에 즉각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한 CEO는 “어떤 대기업은 상생을 하자고 협력업체를 죄다 불러놓고 그룹 간부들한테 인사를 시키거나 도리어 쥐어짜는 경우도 있다”면서 “협력업체를 아랫사람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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