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출구전략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아시아 금리인상 유럽 재정긴축 美-中 신중관망

전문가들 ‘진행속도’ 긍정 평가
“경기회복 뚜렷한 신흥국 금리인상해도 충격 흡수 부양책 방치하면 거품 발생”

세계 주요 국가들이 돈줄을 죄며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나랏돈을 풀던 1년 반 전의 모습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경제회복이 빠른 국가들은 금리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금리인상은 주로 아시아권에서 두드러진다. 유럽은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는 반면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출구전략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각국이 처한 경제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출구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아시아 금리인상, 유럽은 재정긴축

이스라엘과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금리인상을 선도했다. 이스라엘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3차례, 올해 1차례에 걸쳐 1.0%포인트 올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 베트남도 지난해 11월에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올려 현재 8.0%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인도 대만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국 역시 최근 기준금리를 2.0%에서 2.25%로 올리면서 아시아에서 6번째로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호주 인도 브라질 캐나다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경제가 호조를 보인 자원부국들이다. 특히 호주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렛대 삼아 주요 20개국(G20) 중 처음으로 지난해 10월에 3.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올해 5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4.5%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반면 경기 회복세가 약한 유럽은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다. 독일 정부는 앞으로 4년간 800억 유로(약 122조4000억 원)를 줄이기로 했고 프랑스는 내년부터 3년간 450억 유로를 줄일 계획이다. 영국도 올해부터 5년간 850억 파운드를 줄이는 긴축안을 내놓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남유럽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은 올해 초부터 고강도 재정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 이들 국가는 국가 부도설까지 나올 정도로 ‘유럽의 화약고’가 되면서 재정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 출구전략에 조심스러운 미국과 중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재할인율 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올렸다. 중국은 아직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올해 들어 세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며 시중에 풀린 돈을 간접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큰 틀에서는 출구전략으로 다가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실시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과도한 긴축은 살아나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보고 유럽의 재정긴축에 반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지나치게 재정건전성이 강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명서(코뮈니케)에 “재정긴축에 따른 수요위축이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올해 10%대 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도 금리인상은 꺼리고 있다. 과도한 무역흑자로 인해 세계 경제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에 내수를 부양해 국내 소비를 늘려야 하는 처지다.

이 같은 출구전략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송재혁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인상한 호주 캐나다 브라질 인도를 보면 탄탄한 경기가 금리인상을 충분히 흡수해 주기 때문에 각국이 주가와 통화가치에서 충격을 받는 모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취해진 비상조치를 가만히 놔두면 오히려 경제에 거품이 끼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상당수 국가들이 한꺼번에 출구전략에 나선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 G20 정상들이 모여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에 대해 공조하면서 약 1년 반 만에 세계경제를 회복기조로 돌려놓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각국이 돈줄을 죄면서 세계경제가 급속도로 냉각될 소지가 있다.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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