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없는 시행사 부동산 개발 원천봉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시공사 보증 통한 대출’ 한국형 PF관행 손보기로

금융 당국이 시공사의 보증만 믿고 영세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는 한국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행을 근절하기로 했다.

▶본보 6월 8일자 A8면 참조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0일 “저축은행들이 어느 정도 자기자본이 있고 능력이 검증된 시행사에만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기자본이 거의 없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 첫 단계부터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시행사가 PF를 추진할 때 일정 규모 이상 자기자본을 내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시행사는 자기자본이 전체 공사비의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토지매입자금의 10%인 계약금도 마련하지 못해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은 뒤 토지를 담보로 계약금을 저축은행에서 빌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PF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시행사가 지나치게 영세하다 보니 금융회사가 시공사의 보증을 요구했고, 그러다 보니 시공사의 보증만 믿고 사업성은 따져 보지 않은 채 돈을 퍼주는 관행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PF 대출 시 시행사 선별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면 저축은행의 대출심사 능력을 향상시키고 PF의 사업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조만간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중앙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PF 대출 모범규준을 만들 계획이다. 모범규준에는 사업비의 일정 비율을 자기자본으로 확보한 시행사에 대해서만 대출을 허용하고 대출을 심사할 때 시행사의 시행경력과 신용도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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