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생산자 이름 걸자 생산성↑ 불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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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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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부터 풀가동 들어간 삼성전자 광주공장 현장

삼성광주전자의 에어컨 실외기 생산 현장에는 올해 초 자기완결형 셀 생산방식이 도입됐다. 한 명이 전체 공정을 책임지고 조립에서 가공, 검사까지 한다. 사진 제공 삼성광주전자
삼성광주전자의 에어컨 실외기 생산 현장에는 올해 초 자기완결형 셀 생산방식이 도입됐다. 한 명이 전체 공정을 책임지고 조립에서 가공, 검사까지 한다. 사진 제공 삼성광주전자
16일 광주 광산구 오선동 삼성광주전자(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가정용 에어컨 실외기 생산라인. 이곳의 에어컨 라인은 유달리 기온이 낮았던 올봄을 지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5월 말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통적인 조립라인에는 꼭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기능공들이 한 장소에 서서 실외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고 있었다. 조립은 물론 검사까지 한곳에서 한 명이 책임을 지는 생산방식인 것이다. 기능공들 앞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어서 자신의 생산 목표량과 생산량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었다.

에어컨팀 생산라인의 이찬호 차장은 “실외기의 바코드를 스캐닝하면 누가 어느 날 몇 시에 만들었는지까지 다 알 수 있다”며 “올해 2월부터 이 같은 생산방식으로 전환했는데 개인별 경쟁으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불량률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가정용 에어컨과 냉장고 생산라인에 셀(cell)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가 된 최지성 사장은 가전 부문을 1등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생활가전 일류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셀 방식의 도입은 이러한 일류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셀 생산방식은 전체 공정을 1인 또는 몇 명의 팀이 품질과 납기를 책임지고 가공 조립 검사까지 하는 자기 완결형 생산방식이다.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제품이 지나갈 때마다 한 가지 일만 반복하는 기존 생산방식과는 180도 다르다. TV와 기타 소형 전자제품에는 셀 생산방식이 이미 도입됐지만 삼성전자가 냉장고와 가정용 에어컨을 만드는 데 셀 생산방식을 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존 컨베이어벨트 대신 ‘품질 무한책임’ 셀방식 도입

공정 문제 생기면 생산 스톱 ‘생활가 전 일류화’ 실천


셀 생산방식은 용량과 특징이 다양한 가전제품을 생산할 때 인기가 있는 품목을 많이 만드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에어컨과 같이 성수기가 있는 제품은 갑자기 급증하는 물량에 대응하기도 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셀 생산방식이 생산량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생산방식”이라고 말했다. 누가 어떤 제품을 생산했는지가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셀 생산방식에 투입된 기능공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 에어컨 실외기 부문은 셀 생산방식을 도입한 후 생산 효율은 33%가 향상되고 불량률은 27%가 감소했다. 실내기는 생산효율은 48% 증가한 반면 공정 불량은 65%가 줄었다.

이웃 공장인 냉장고 생산라인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4인이 한 팀이 돼서 셀 생산방식으로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 20초에 한 대꼴로 생산되던 냉장고가 셀 생산방식 도입 이후 14초에 한 대꼴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 공장에는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전에는 생산을 멈추는 ‘지능형 고-스톱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생산방식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홍창완 부사장이 가전 부문을 맡고, 윤부근 사장이 에어컨 부문을 맡으면서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의 TV 부문 세계 1등을 일궈낸, ‘이기는 습관’을 가진 임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이진곤 상무는 “올해 들어 광주 공장 출하량이 50% 정도 늘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공격 경영을 펼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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