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광주 광산구 오선동 삼성광주전자(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가정용 에어컨 실외기 생산라인. 이곳의 에어컨 라인은 유달리 기온이 낮았던 올봄을 지나 여름에 접어들면서 5월 말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통적인 조립라인에는 꼭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기능공들이 한 장소에 서서 실외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고 있었다. 조립은 물론 검사까지 한곳에서 한 명이 책임을 지는 생산방식인 것이다. 기능공들 앞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어서 자신의 생산 목표량과 생산량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었다.
에어컨팀 생산라인의 이찬호 차장은 “실외기의 바코드를 스캐닝하면 누가 어느 날 몇 시에 만들었는지까지 다 알 수 있다”며 “올해 2월부터 이 같은 생산방식으로 전환했는데 개인별 경쟁으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불량률은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가정용 에어컨과 냉장고 생산라인에 셀(cell) 방식을 도입했다.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가 된 최지성 사장은 가전 부문을 1등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생활가전 일류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셀 방식의 도입은 이러한 일류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셀 생산방식은 전체 공정을 1인 또는 몇 명의 팀이 품질과 납기를 책임지고 가공 조립 검사까지 하는 자기 완결형 생산방식이다.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제품이 지나갈 때마다 한 가지 일만 반복하는 기존 생산방식과는 180도 다르다. TV와 기타 소형 전자제품에는 셀 생산방식이 이미 도입됐지만 삼성전자가 냉장고와 가정용 에어컨을 만드는 데 셀 생산방식을 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존 컨베이어벨트 대신 ‘품질 무한책임’ 셀방식 도입
공정 문제 생기면 생산 스톱 ‘생활가
전 일류화’ 실천
셀 생산방식은 용량과 특징이 다양한 가전제품을 생산할 때 인기가 있는 품목을 많이 만드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에어컨과 같이 성수기가 있는 제품은 갑자기 급증하는 물량에 대응하기도 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셀 생산방식이 생산량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생산방식”이라고 말했다. 누가 어떤 제품을 생산했는지가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셀 생산방식에 투입된 기능공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 에어컨 실외기 부문은 셀 생산방식을 도입한 후 생산 효율은 33%가 향상되고 불량률은 27%가 감소했다. 실내기는 생산효율은 48% 증가한 반면 공정 불량은 65%가 줄었다.
이웃 공장인 냉장고 생산라인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4인이 한 팀이 돼서 셀 생산방식으로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 20초에 한 대꼴로 생산되던 냉장고가 셀 생산방식 도입 이후 14초에 한 대꼴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 공장에는 공정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기 전에는 생산을 멈추는 ‘지능형 고-스톱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생산방식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홍창완 부사장이 가전 부문을 맡고, 윤부근 사장이 에어컨 부문을 맡으면서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의 TV 부문 세계 1등을 일궈낸, ‘이기는 습관’을 가진 임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이진곤 상무는 “올해 들어 광주 공장 출하량이 50% 정도 늘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공격 경영을 펼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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