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넥슨 글로벌 히트작 ‘메이플스토리’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게임 무료-아이템 유료’ 빅히트
세계 1억유저 단순한 게임에 열광

현재 전 세계 1억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는 화려한 3차원(3D) 게임이 대세였던 2003년 첫선을 보였다. 당시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대부분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답게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이고 최소 팔등신 이상의 ‘이기적’ 몸매를 가진 3D 입체 캐릭터가 현란한 갑옷을 입고 거침없는 액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한물 간 2D 평면 그래픽에 머리가 지나치게 큰 이등신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나마 이들 캐릭터는 과거 동네 오락실 게임처럼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구닥다리였다. 게임 내용은 가상세계를 돌아다니며 괴물을 때려잡는 게 다였다. 심오하고 철학적 세계관을 갖춘 기존 대작들과 너무 달라 업계에선 “이게 정말 MMORPG가 맞나?”라는 의구심마저 나왔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3년 4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만 인기를 끈 게 아니다. 현재 1억 명의 회원 중 80% 이상이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유저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액(넥슨의 지배회사인 엔엑스씨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037억 원. 메이플스토리는 현재 넥슨에서 제공하는 30여 개 게임 중 매출액 기여도가 가장 높다. 메이플스토리가 ‘글로벌 히트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7월 1일자)에 실린 메이플스토리의 성공 비결을 요약한다.

○ 先 수익모델, 後 게임개발


보통 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제품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먼저 정해 놓고 개발 작업을 완료한 다음 최종적으로 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정반대의 절차를 밟았다. 수익 모델을 먼저 정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게임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 수익 모델이 바로 ‘부분 유료화(게임은 무료로 즐기게 하되 게임 도중에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 과금하는 체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온라인게임, 특히 MMORPG의 수익 모델은 월별 일정액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정액제’ 모델이 대세였다. 하지만 메이플스토리 개발자인 이승찬 넥슨 신규개발본부장은 과거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며 부분 유료화 모델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던 경험을 토대로 전혀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부분 유료화 모델에 성공하려면 최대한 많은 아이템을 팔아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아이템을 신속하게 개발해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쉽게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이 본부장은 2D방식에 캐릭터가 가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소위 ‘횡스크롤’ 방식을 택했다. 통상 3D 게임에선 투구, 상하의, 팔다리 장식 등 캐릭터 전신 아이템 한 세트를 개발하는 데 보통 2, 3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2D 횡스크롤 방식에서는 일주일이면 새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다. 명확한 수익 모델을 먼저 염두에 두고 게임 개발에 착수한 덕에 이 본부장은 초특급 대작들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 MapleStory

현지법인-파트너십 나눠
나라마다 진출방식 다르게
신규 아이템 신속하게 공급
치열한 시장서 차별화 성공


○ 치밀한 계획에 따른 단계적 해외 진출

메이플스토리는 내부 역량과 해외 현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체계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넥슨이 이미 잘 알고 있어 공략하기 쉬운 시장에는 직접 현지법인을 세워 진출했다. 반면 시장을 잘 모르거나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는 현지 업체와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초 공략지는 일본으로 정했다. 1999년 11월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넥슨은 당시 약 4년간 영업활동을 벌이면서 일본 시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이 태동기여서 별다른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사업 여건도 매우 좋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넥슨은 일본 현지법인을 통해 2003년 12월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직접 서비스했다.

韓-입소문 日-TV광고 美-웹진홍보… 지역별 최적화 마케팅


반면 중국 시장은 현지업체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진출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의지가 강한 데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자 규제 수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처럼 선행 학습 경험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넥슨은 파트너십이 최선이라고 결론지었다.

북미 시장은 최소 수요를 확보한 후 직접 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넥슨은 일본처럼 북미 시장에서도 궁극적으로 현지법인을 세워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넥슨은 과거 미국에 현지법인부터 세우고 무턱대고 사업을 벌이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넥슨은 북미 시장 진출에 앞서 우선 한국에 서버를 두고 영어권 사용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성이 있는지 점검했다. 이후 최소 동시접속자 수가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2만 명 수준을 넘어서자 2006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 게임 시스템과 규칙까지 현지화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보통 해외에 진출할 때 게임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현지어로 번역하고 각국 문화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하며 현지 분위기를 반영하는 그래픽을 준비한다. 메이플스토리도 일본 게임엔 벚꽃 배경을 집어넣고 옥토버페스트(독일의 맥주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 독일 게임에 맥주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다.

메이플스토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게임 시스템과 규칙까지 국가별로 다르게 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온라인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고객들의 특성에 맞춰 경험치 설계(게임에서의 활약상에 따라 얼마만큼 보상을 해 줄지 결정하는 체계)를 달리 했다. 즉, 일본 고객들이 훨씬 쉽게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경험치 설계를 바꿨더니 좀처럼 늘지 않던 일본 메이플스토리 회원이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넥슨은 싱가포르와 유럽에 진출할 때도 경험치를 재조정했다.

○ 지역별로 최적화된 마케팅 활동

넥슨은 한국에서 TV 광고를 하지 않는다. TV 광고가 온라인게임 홍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국내에서 지인들의 소개와 권유가 게임 선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하고 학교별 대항전을 개최하거나 사용자 간담회를 여는 형태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일본 시장에서 넥슨은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TV 광고를 선택했다. 일본 소비자들의 대다수는 오락실에서나 별도의 게임기를 구매해 게임을 즐겼다. 온라인게임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얘기다. 넥슨은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 ‘계몽’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미국 시장에선 게임 전문 웹진에 대한 홍보에 주력했다. 미국 유저들은 게임을 선택할 때 주변 친구들 못지않게 게임 전문 웹진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전략이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다.

○ 도전 과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매년 서너 차례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 오긴 했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차기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정체성은 유지하되 자기잠식(cannibalization) 효과를 최소화하는 차기작 모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게임 중독 등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특히 메이플스토리는 게임 유저가 초등학생, 중학생 등 저연령층에 집중돼 있어 ‘코흘리개를 상대로 돈을 번다’는 일부 비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최순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 skychoe@yonsei.ac.kr

▼ DBR Open Question ▼

■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아래 질문 중 하나 이상에 대한 의견을 6월 30일까지 www.dongabiz.com 게시판이나 dbr@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내부 심사를 거쳐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형식 및 분량 자유).

[1] 자기잠식 효과(cannibalization)를 최소화할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의 차기작 메이플스토리Ⅱ의 개발 방향은 무엇일까요?

[2]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과 ‘청소년 심야시간 접속 제한 제도’ 등 각종 규제에 대해 넥슨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요?

■ 독자 의견 소개합니다

◆ 매드포갈릭 성장 전략은?

확장보다 틈새브랜드 개발
마늘-단군신화 스토리 활용

“공격적 점포 확장보다는 매드포갈릭에 필적할 제2의 니치 브랜드를 만들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 및 스토리텔링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자.”
외식업계의 소리 없는 강자 매드포갈릭의 성장 전략에 관한 독자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9호와 본보 6월 12일자 B1면에 실린 매드포갈릭 기사의 Open Question 코너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소개한다.
매드포갈릭이 제2의 도약을 위해 신중한 확장과 공격적 확장 중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독자가 전자를 택했다. 박용삼 씨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 결국 음식
맛과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며 “추가 니치 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라”고 조언했다.
매드포갈릭의 인지도 향상 전략과 관련해 변창우 씨는 “마늘 수확 철에 직원들이 농가를 방문해 일손을 거든다면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도 쌓고 홍보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해 씨는 “마늘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식품인 만큼 단군신화와 연계한 이벤트를 열자”고 제안했다. 배기석씨는 “‘우리 맛의 원천은 의성 6쪽 마늘’이라는 식의 스토리텔링을 만들
고, 고객들이 매장에서 해당 마늘의 효능과 장점 등을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DBR 독자와 함께하는 Open Question 게시판 바로가기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2010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사랑은 숙명? 우연?… 들뢰즈가 던지는 화두
▼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천개의 고원: 나무 vs 뿌리줄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인 ‘견우’와 ‘그녀’의 사랑은 숙명이었을까. 아니면 우연한 마주침과 지속적인 만남 뒤에 일어나는 사후적인 현상이었을까. 둘은 지하철 에서 술 취한 여성 취객과 순박한 대학생 승객으로 만났다. 연인으로 발전하고 나서도 우연은 이어진다. 견우가 유혹하려던 행인이 알고 보니 ‘그녀’였다는 설정까지도. 마치 만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인 것처럼 사사건건 부닥치던 견우와 그 녀는 헤어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사랑의 숙명을 테스트한다. 언덕 위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훗날 다시 만나기로 한 것.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견우는 말한다. “우연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다.” 사랑이 숙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름드리나무처럼 뿌리를 단단히 박고 늘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숙명의 연인을 기다린다. 반면 우연한 마주침과 사랑의 인과관계를 믿는 이들은 땅속을 헤집고 증식하는 식물의 뿌리와 줄기처럼 움직인다. 촉수를 뻗어 다른 이와 마주 치고, 만났다가 분리되며 온갖 방향으로 뻗어나가 인연을 쌓는다. 아름드리나무처럼 숙명을 믿고 확신에 가득 찬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우발적인 마주침과 사건을 축복으로 여기며 쿨 하게 살아갈 것인가. 프랑스 철학자 들뢰 즈가 던지는 삶의 화두를 소개한다.

강력한 협상 상대라면 그의 자부심을 활용하라
▼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협상 상대방이 여러 면에서 강력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애덤 D 갈린스키 교수와 동료들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부자, 고학력자 등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들은 협상 시 목표를 높게 잡고, 항상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런 사람을 협상 파트너로 만났다면 역으로 이들의 특성을 이용하 면 된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협상자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생각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자신이 직접 설정한 목표에는 관심을 기울인다. 또 이들에게는 일반적인 설득 기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당신이 제시한 좋은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은 책임을 안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들은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층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협상 파트너 를 만나서도 승리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의 최대 기업은 과연 삼성전자일까
▼ 회계를 통해 본 세상/국제회계기준, 양날의 칼이 온다



한국 최대 기업은 삼성전자일까.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한국 최대 기업을 따진다면 삼성전자는 2008년 말 기준 약 100조 원으로 국내 기업 중 8위에 불과하다. 1∼7위 는 금융회사가 싹쓸이했다. 1위는 우리은행이다. 그렇다면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역시 1위는 2008년 75조 원의 매출을 올린 우리은행이다. 삼성전자는 73조 원에 그쳤다. 하지만 포천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국 최대 기업이다. 왜 그럴까. 회계 기준이 달라 벌어진 결과다. 기업을 평가할 때 개별 기업 자체로 평가하느냐(개별 재무제표),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를 모두 합한 연결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연결 재무제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은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자회사들을 모두 모회사에 합해 작성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올해부터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연결 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한다. 기업의 언어 인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한국어를 쓰던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할 때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IFRS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자율권이 커지는 반면 부담해야 할 위험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최 종학 교수가 IFRS가 몰고 올 변화를 조목조목 짚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