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중동 찍고 ‘블루오션’ 섬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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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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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기 침체로 환태평양권 진출 급증… 올해 12건 5억110만 달러 수주

뉴칼레도니아, 파푸아뉴기니, 바하마….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이 지역은 최근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하고 있는 작은 섬들이다. 이곳들은 연방소속 개별국가이거나 자치령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은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중동이 72.7%를 차지할 정도로 중동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환태평양권의 작은 섬나라들에 진출하는 건설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설사들이 작은 시장이라고 외면하던 곳을 ‘블루오션’으로 여기며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건설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다각화에 나서는 배경이다.

2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6월 현재 환태평양 지역의 공사 계약건수는 12건에 계약금액은 5억11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계약 건수가 6건, 계약금액이 8036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우건설은 올해 1월 남태평양 서쪽 끝 뉴기니 섬 동쪽의 파푸아뉴기니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파푸아뉴기니에는 1975년부터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해 건축·토목 사업을 벌였지만 규모가 큰 플랜트 사업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파푸아뉴기니는 치안 상황이 좋지 않으며 토착어가 700여 개나 될 정도로 문화가 복잡해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원유, 천연가스, 구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도로 등 산업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 우리 업체들에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4월 세계적인 니켈 생산지이자 휴양지로 유명한 뉴칼레도니아에서 최초로 니켈광산개발회사로부터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개발하고 있는 광산에서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중남미지역 서인도제도에 있는 영국연방의 섬나라인 바하마에서 오일탱크 공사를 수주했다. 총 60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로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포스코건설 측은 “초기 공사를 미국 업체와 미국 금융회사가 컨소시엄으로 맡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 입찰에 들어갈 때 회사 내부에서도 성공 가능성에 반신반의했었다”며 “중남미지역을 중심으로 공사를 많이 하고 있는 데다 가격경쟁력, 짧은 공사 기간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아 공사를 따냈다”고 말했다.

STX건설도 지난해 12월 관광지로 유명한 괌에 진출해 올해 2월부터 근로자주택사업 공사를 시작했다. 54만 m²의 터에 근로자 1만4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약 300개 동의 주택과 기타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2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현재 괌에서는 일본 주둔 미군기지의 괌 이전을 위한 각종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150억 달러 규모의 공사에 대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정보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진출할 경우 손해만 볼 수도 있어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신삼섭 실장은 “그동안 이 지역들은 규모가 큰 시장이 아닌 만큼 대형건설사들이 주력하는 시장은 아니었다”며 “재원이 확실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가 나올 때 개별 공사별로 타당성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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