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한국대표, 가장 믿을건 너희들” 그룹주펀드에 돈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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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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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안땐 안정성, 회복기엔 성장성” 인기몰이

《국내 주요 그룹에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에 짙게 드리웠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그룹주 펀드가 주목받는 것.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확인된 한국 대표기업들의 체력이 높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증시의 본격적인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고 테마 펀드인 만큼 변동성도 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실적 기대감, 대표기업의 힘을 믿는다

17일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2(주식)’에는 5월 이후 15일까지 1808억 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KB자산운용의 ‘KB한국대표그룹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 클래스A’에는 968억 원,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삼성그룹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에도 513억 원이 유입됐다.

수익률도 괜찮다. ‘대신GIANT현대차그룹 상장지수형(주식)’은 자동차시장 호조를 업고 6개월 수익률이 27.71%에 이르렀다. 현대자산운용의 ‘현대그룹플러스 1(주식)A’는 13.43%,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 1(주식)A’도 10.3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증시가 하락하면서 유입된 펀드자금이 그룹주 펀드로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적장세를 이끈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 주도주와 업종 대표기업들을 많이 담고 있어 향후 증시 상승기에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 오온수 현대증권 펀드연구원은 “그룹주는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이라며 “업종 대표주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증시가 호황일 때 시장을 주도할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낙폭이 제한적이라 수급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대표기업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호재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환율도 주요 수출기업에 유리해 앞으로 2, 3년은 한국 대표기업들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그룹주… 범현대… 5대그룹주… 투자 대상도 다양
편입기업수 제한, 특정종목 변동 따라 수익률 악화될 수도

○ 그룹주도 입맛대로 다양하게

투자대상도 다양해졌다. 삼성그룹주는 물론 3대 그룹주, 5대 그룹주, 범현대, SK, LG&GS 펀드 등 투자자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간판은 역시 삼성그룹주 펀드로 전체 그룹주 펀드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경기가 불안할 때는 안정성으로, 경기회복기에는 높은 성장성이 두드러지기 때문.

총 6종의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는 2004년 설정 이후 5조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룹의 업종이 은행을 제외한 IT, 서비스, 유통 등으로 다양해 분산투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2(주식)’ 4월 말 기준 삼성전자(12.3%), 삼성물산(8.6%), 삼성전기(7.9%), 삼성엔지니어링(6.9%) 등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증권투자1호(주식)’도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화재 등에 투자한다. 기술력과 이익창출 능력으로 성장주의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안정적인 이익과 배당, 자산가치 등 가치주 성격도 갖춰 하락장에도 두각을 나타낸다.

3대 그룹, 5대 그룹주도 있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3대그룹 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 1호’는 삼성 현대 LG 등 3대 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과거 3대 그룹에 속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미래에셋 5대그룹대표주 주식형펀드’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그룹주에 투자한다. 한국을 대표하면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 업종별 분산투자가 가능한 기업,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기업군이 대상이다.

대상을 한국 대표기업군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KB자산운용의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는 세계 1등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삼성그룹, LG그룹, POSCO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4개 그룹 관련주식을 중심으로 25개 내외의 압축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리아대표그룹펀드’도 산업 내 비중, 시장지배력, 글로벌 경쟁력 등에 비중을 두고 15대 그룹관련 기업, 금융그룹관련 기업, 공기업, 성장잠재력이 높은 도약기업군으로 선별한 후 집중 투자한다.

범현대그룹 펀드도 눈길을 끈다. 현대증권의 ‘현대그룹플러스 주식형펀드’는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현대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집단에 100% 투자한다. 제조업 중심이면서 내수보다는 수출지향적 기업으로 경기회복기에 수혜가 기대된다.

○ 과신은 금물, 보조 펀드로 활용해야

그룹주 펀드에 투자할 때는 투자대상과 비중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특정 그룹에 100% 투자한다면 해당 그룹의 사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룹주 펀드는 편입되는 기업 수가 제한돼 있어 특정 종목의 변동성에 따라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

유승록 하이자산운용 사장은 “특정 업종이나 그룹에 투자금을 몰아넣는 테마펀드들은 상황이 안 좋을 때 한꺼번에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룹주 펀드를 주력 펀드로 삼기보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보조 펀드로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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