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실적 저조… 시장 찾아가는 서비스로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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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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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6개월 서민대출 성적은

11일 경기 광명시 광명시장에 차려진 SK미소금융재단의 이동상담소에서 이 재단의 신호열 영등포지점장이 시장 상인을 만나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SK미소금융은 지난달 말부터 매주 한 차례 이상 시장을 찾아 이동상담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광명=김재명 기자
11일 경기 광명시 광명시장에 차려진 SK미소금융재단의 이동상담소에서 이 재단의 신호열 영등포지점장이 시장 상인을 만나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SK미소금융은 지난달 말부터 매주 한 차례 이상 시장을 찾아 이동상담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광명=김재명 기자
자원봉사자 심사 전문성 부족
대출 年목표 10%에도 못미쳐
“발품 팔면 자활의지 눈에 보여”
현 장영업 강화로 활로 모색


“새로 상품을 가져다 놓으셨네요?”

11일 오전 경기 광명시의 광명시장. 신호열 SK미소금융재단 영등포지점장이 시장 한구석의 속옷가게에 들어섰다. 이곳은 미소금융 수혜자가 운영하는 가게. 지난 2주 동안 세 번이나 이 가게를 찾은 신 지점장이 진열해 놓은 상품이 늘었음을 단번에 알아채자 주인아주머니는 “미소금융 덕분”이라며 반갑게 맞았다.

신 지점장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SK미소금융재단에서 운영 중인 ‘이동상담소’ 때문이다. 이동상담소는 바쁜 생계 탓에 직접 지점을 찾아오기 어려운 시장 상인들을 위해 미소금융 직원들이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대출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다. 신 지점장은 대출신청서에는 나타나지 않는 대출자들의 시시콜콜한 가게 사정과 가족 관계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만큼 시장 상인들과 친해졌다. 그는 “시장을 다니면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신뢰를 빌려주는 것임을 깨달았다”며 “현장에서 서민들의 땀을 직접 접하면 자연히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서민에게 무담보 무보증 소액신용대출을 해주는 미소금융이 15일로 출범 6개월을 맞았다. 미소금융은 출범 초기 높은 대출 문턱과 까다로운 대출 절차로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출범 6개월이 지나면서 일부 지점을 중심으로 현장 영업을 강화하는 등 돌파구를 찾아 나서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 ‘미소금융 서포터스’ 구성도

올해 초 미소금융 각 지점은 대출신청서 접수에 일손이 모자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이 때문에 대출심사가 대부분 사무실에서 이뤄지면서 자활의지보단 신용등급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무실을 벗어나 미소금융 대출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을 직접 찾아 나서는 지점들이 늘고 있다.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이동상담소를 운영하는 SK미소금융이 대표적이다. 이 재단은 지난달 24일 처음으로 광명시장에 이동상담소를 연 뒤 2주 만에 10명의 상인에게 대출을 해줬다. 지난 6개월간 총 74명에게 6억2150만 원을 대출해준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한 달 치 대출과 맞먹는 실적을 올린 것. KB미소금융과 신한미소금융 등 은행권 미소금융재단들도 ‘찾아가는 미소금융 설명회’ 등 현장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성우 SK미소금융 부장은 “직접 현장을 다니다 보니 대출서류와 신용등급을 가지고는 가늠하기 어려웠던 대출신청자의 자활의지를 평가하기가 한결 수월해 대출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동상담소 운영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소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사후관리에 힘을 쏟는 재단들도 있다. 삼성미소금융은 5월부터 삼성 계열사 직원들로 이뤄진 ‘미소금융 서포터스’를 구성했다. 서포터스는 매달 한 번씩 삼성미소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창업한 가게들을 방문해 물품을 구입하고 매장을 정리해 주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차미소금융은 4월 미소학습원을 세워 창업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창업교육을 이수한 사람 중 자활 의지가 강한 이들에겐 직원들이 가게를 방문해 자금조달 방법 및 점포계약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

○ 직원 교육, 상품 차별화 필요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대출조건으로 인한 대출실적 부진이 미소금융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미소금융재단들의 대출실적은 당초 목표했던 연간 실적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 세운 미소금융재단의 실적이 부진하다. 은행들이 세운 미소금융재단의 경우 5곳 가운데 4곳이 대출실적 5억 원을 넘어섰지만 기업이 세운 미소금융재단은 삼성미소금융과 LG미소금융 2곳만 5억 원 이상의 대출실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 미소금융재단의 실적이 떨어지는 원인은 금융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담보 무보증 신용대출인 미소금융은 대출자 심사에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각 지점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입사 직후 받는 기본 소양 교육이 직원 교육의 전부다.

획일화된 상품을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래시장 상인, 한부모가정 및 다문화가정 등 미소금융 수요가 많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내놓으면 미소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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