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한국도 출구전략 도입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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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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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창립 60주년 국제콘퍼런스에 영상메시지

“금리인상 적절한 시기 선택 각국 중앙은행 도전에 직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이 한국도 출구전략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나라마다 경제 여건이 다르므로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출구전략의 적절한 시점도 다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은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출구전략 도입 시점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한국도 중기적으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완화적인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측은 버냉키 의장의 이날 발언이 중장기적으로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출구전략 도입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현재 미국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 말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에는 남유럽 재정위기로 금리인상이 2012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출구전략 필요성의 이유로 장기 저금리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꼽았다. 그는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하는 것과 서둘러 출구전략에 나서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위험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출구전략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위해서는 경제 발전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0주념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김중수 한은 총재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프랑스와 칠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 등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경제학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원대연 기자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0주념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김중수 한은 총재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콘퍼런스에는 프랑스와 칠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 등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경제학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원대연 기자
버냉키 의장은 또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는 금융규제를 위해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충격은 선진국에서 발생했지만 신흥시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의 형태로 충격이 전파됐다”며 “자본유출과 자본유입에 대한 대책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스템을 강화하고 적절한 금융규제와 금융기관 자본 및 유동성의 적정성 개선 등을 위해 국제협력 확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한 금융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개혁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국가 간 일관된 협력체계를 유지하려면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G20의 지도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영상메시지를 통해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 간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한국이 의장국으로 있는 G20 회의가 글로벌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협의체로 정착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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