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아동복지학과 전공 우리은행 신수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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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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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금’자도 몰랐는데…묻고 또 묻고… 그 길밖에 없었죠”
자격증? 필수조건 아냐 인턴체험? 일터라고 믿었죠

“고객과 항상 ‘상담’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한때 아동상담전문가를 꿈꿨던 신수진 씨는 올해 새내기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장점인 상담 능력을 살려 금융상담전문가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김재명 기자
“고객과 항상 ‘상담’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한때 아동상담전문가를 꿈꿨던 신수진 씨는 올해 새내기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장점인 상담 능력을 살려 금융상담전문가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김재명 기자
《그녀는 원래 상담전문가를 꿈꿨다. 대학 전공인 아동복지학 중에서도 상담 분야를 가장 좋아했다. 작년에는 서울의 한 아동학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상담을 통해 고통 받는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올해부터는 전혀 다른 상담을 시작했다. 대상자는 동네 아주머니에서 할아버지까지 다양해졌다. 장소도 은행으로 바뀌었다. 꿈도 아동상담전문가에서 금융상담전문가로 수정했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 말을 끝까지 귀담아듣는 것이죠. 은행에서도 고객의 얘기를 잘 듣고 적절한 상품을 권해 드리는 게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전공을 살린 거라고 생각해요.”》

아동복지학과 출신 은행원.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을 상담이라는 고리로 멋지게 연결해낸 주인공은 우리은행 대치남지점의 신수진 씨(25)다. 그녀는 중앙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하반기 우리은행 신입 공채에 합격해 올해부터 지점 근무를 시작했다.

신 씨와 우리은행의 인연은 그녀가 지난해 여름 3개월간 우리은행의 청년인턴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경제·경영 전공이 아닌 그녀에게는 금융 용어가 무척이나 생소했다. 인턴기간 내내 경제학과를 나온 동기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묻고 또 묻고…. 그렇게 하나 둘씩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무역센터지점에서 인턴생활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게 생기면 선배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인턴 신분인 저나 정식 행원인 선배들이나 똑같은 은행원이잖아요. 선배에게 핀잔을 듣더라도 똑바로 알고 안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컸어요.”

물어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일명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이 나오자 고객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기다리는 손님들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진땀을 뺀 것도 여러 번. 스스로 공부를 해야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설명 자료를 통째로 외우다시피 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며칠 후 한 고객은 “인턴사원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 보니 이곳 지점은 믿음이 간다”며 실제로 청약을 했다. 고객을 유치한 이날의 짜릿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콩닥콩닥 거린다.

그녀의 아이디어는 실제 지점에 적용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상품 안내 전단이 너무 많다 보니 고객의 관심을 끌기는커녕 외면을 받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었다. A4 용지에 잘 팔리는 상품을 종류별로 간추린 뒤 예쁜 장식을 해봤다. 고객의 손이 하나 둘씩 그녀의 ‘작품’에 이끌렸다. 그걸 본 지점장은 복사해서 다른 선배들이 앉은 자리에도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작은 아이디어가 영업에 채택된 것이다.

기업 고객이 많은 한 지점에서는 ‘바캉스 점포’ 아이디어를 내놓아 호평을 받았다. 직장인들이 제때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휴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지점을 꾸며보자고 제안했다. 그녀가 집에서 여름 휴가용품을 가져오자 선배들도 튜브와 바캉스 모자, 파라솔, 해먹 등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고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은행으로 바캉스 온 거 같다’며 활짝 웃어 주셔서 정말 뿌듯했어요.” 인턴기간 중 그녀가 일했던 지점은 은행으로부터 두 차례나 고객만족도가 높은 ‘행복지점’으로 뽑혔다.

공채시험은 인턴기간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실시됐다. 이때 인턴기간 중에 보고 듣고 느꼈던 우리은행의 조직 문화와 사풍(社風)은 합격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면접과 합숙평가에서도 굳이 튀려고 하지 않았다. 은행은 무엇보다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까닭에 개인기보다는 팀워크와 신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다른 지원자를 존중하고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금융과 관련된 자격증 하나 없이 우리은행에 입사했다. 그녀는 미래의 후배가 될 지원자에게 “자격증이 있다면 평소 금융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입사의 필수조건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그 대신 다양한 사회경험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도 인턴을 하기 전 1년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진행 업무를 했다. 관람 표를 팔고, 자리 안내를 하면서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은행에서는 고객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했다.

또 인턴을 단순히 직업 체험을 하거나 잠시 교육을 받는 기회로 여기지 말고 진짜 자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일할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게 그의 경험담이다.

“아주머니 고객 상담이 가장 자신 있어요. 아동복지학과라고 하면 다들 좋아하시거든요. 금융 상담이든지 자녀교육 상담이든지 뭐든 들어드릴 준비가 돼 있습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주도적으로 업무를 배우고 대인관계에 충실하라

멘터 및 선배 직원에게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질문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선배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바른 모습을 보인다면 우수한 성적으로 인턴십을 마무리할 수 있다.

▽나쁜 예=취업 가점을 위한 경력 쌓기용, 평가 중심의 생활은 금물

인턴 생활을 하면서 조직 생활을 체험하고 업무를 배우려는 것보다 단순하게 취업 가점을 위한 경력 쌓기용 또는 아르바이트식의 자세로 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서비스 마인드 없는 근무자세, 웹서핑 등으로 시간 때우기, 소극적이고 의욕 없는 모습으로 평가권자에게만 잘 보이기 위해 생활한다면 인턴십을 잘 마무리할 수 없으며 채용 관문 역시 통과할 수 없다.
■작년 신입행원 중 25%, 청년인턴제 수료자

우리은행이 대학생 인턴제도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매년 20명 안팎의 대학생 인턴을 채용했다.

우리은행의 인턴제도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 위해 대학생 인턴제도를 청년인턴제로 바꾸고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2009년 한 해에만 1360명의 인턴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에도 750명씩 2회에 걸쳐 1500명의 청년인턴을 선발했다.

우리은행의 청년인턴제는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직원의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게 특징. 청년인턴들은 은행 업무에 대한 집합 연수를 받은 뒤 본점 및 영업점에 배치돼 근무를 하게 된다. 영업점 창구별 순환 근무, 사회봉사활동, 전문가 특강, 선배 인턴과의 대화, 사이버강의 청취 등 은행원으로서 기초 소양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청년인턴제를 단순히 직업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인재 채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신입행원 공채 때 전체 채용 인원 200명 가운데 25%인 50명을 청년인턴제 수료자로 채웠다. 올해 신입행원 공채에서도 우수 청년인턴을 우대할 방침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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