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시대 오프라인 IT편집매장이 사는 법… 그들의 3가지 기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9일 03시 00분


《가슴 콩닥콩닥, 몸은 쭈뼛쭈뼛. 당당하게 못 들어가고 드넓은 매장을 두리번거린다. “여기 좋은 물건 많아” “학생 여기 좀 봐” 등등 소리치는 상인들의 표정은 왠지 무섭다. 형광등 불빛 작열하는 투명 진열대 앞. 몇 개 보지도 않았는데 상인은 으름장을 놓는다. “얼마 있어?” “살 거야?” 아, 아날로그 시절 서울 용산전자상가 ‘용(龍)형님(용산 상인들)’들의 추억은 그렇게 얄궂다. 그 시절의 아픈 기억은 이제 사라졌다. 최근 용산을 능가하는 신(新)정보기술(IT) 오프라인 매장들이 들어섰기 때문.》
호기심 자극… 무엇하는 곳, 밖에선 잘 몰라
체험 마케팅… 만져보고 눌러보고 써보고
클린 이미지… 깔끔한 매장, 활동적인 유니폼


이들 매장은 서울 명동과 강남 등 젊은층이 많이 오는 동네에 터를 잡고 IT 기기들을 판매한다. 이른바 ‘IT 편집매장’으로 불리는 애플 전문 소매점 프리스비, 디지털 카메라 전문매장 픽스딕스, SK텔레콤의 T월드 멀티미디어, 휴대전화 SKY 브랜드 매장인 라츠 등이 그것이다. 이 매장들은 단순히 수십, 수백 개의 제품을 모아 파는 공간을 넘어 패션 편집매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감각적인 공간을 지향한다. 그 속에선 자신들이 만든 ‘문화’도 판매하고 있다. 이들 매장에 숨겨진 3가지 대표 마케팅 기법을 알아봤다.

[ID(숨겨진 정체성)]

“프리스비가 뭐야?” “여기 뭐 하는 곳이지?” 서울 중구 명동 프리스비 본점 앞 사람들의 대화는 대충 이렇다. 그리고 일단 들어가 본다.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팟 나노’ 같은 MP3플레이어, ‘맥북’ 같은 노트북 등 애플 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와, 여기 분위기 괜찮네”라며 자신도 모르게 계산대 위에 제품을 올려놓는다.

프리스비가 무슨 장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 느낌이 좋을 뿐이다. “IT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 그 자체를 판매한다”는 것이 이들의 마케팅 방법이다.

금강제화 계열사인 프리스비는 애플 본사가 인정한 국내 소매점 중 하나다. 설립 1년 만에 7개 지역에 점포가 들어섰다. 역사가 오래된 금강제화로선 애플을 통해 이미지를 젊게 만들기 위한 생각도 있다.

애플 제품만 취급하는 프리스비와 달리 라츠는 이어폰, 헤드폰 등 다양한 브랜드의 IT 액세서리를 주로 판매하는 편집매장이다. 그래서 이름도 ‘라츠 오브(수많은)’에서 따왔다. 그러나 이곳도 영어 단어 ‘LOTS’만 있을 뿐 정보가 거의 없다. 서울 강남역 부근과 노원구, 경기 수원과 안양 등 원래 SKY 서비스센터가 있었던 곳을 개조해 1층은 라츠 체험 매장, 2층은 서비스센터로 만들었다.

[Experience(체험)]

과거 용산전자상가와 지금의 IT 편집매장이 가장 다른 점은 기기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써본 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디지털 기기 한두 대면 됐지만 요즘은 개인이 들고 다니는 것만 해도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해졌다. 이 때문에 IT 편집매장 속 체험 공간은 놀이 그 이상의 신뢰감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체험 마케팅의 원조로 알려진 곳은 픽스딕스. 2006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55개 지역에 매장을 열었다. 고객들의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진 관련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사진을 전공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할 정도다. 지난주 서울 명동에 문을 연 T월드 멀티미디어는 매장에 ‘체험 컨설턴트’ 30명을 두어 ‘1 대 1 상담’을 할 수 있게 했다.

라츠는 언론에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아이패드’ 때문이다. 라츠 관계자들은 한 달 전 아이패드 10대를 수입해 강남점에 4대, 나머지는 2대씩 놓고 ‘아이패드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곧바로 ‘라츠에 가면 아이패드 쓸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라츠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에서 유명한 제품을 가장 빨리 들여와 체험 공간을 만들며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Uniform(유니폼)]

온라인쇼핑 시대에 오프라인 편집 매장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경험’ 때문이다. 프리스비 김준석 대표는 “국내 오픈 당시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커피숍들이 있지만 스타벅스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좀 더 특별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그곳을 제 발로 찾아온다는 것. 똑같은 IT 기기라도 특정 공간에서 사야 더 만족감을 느끼는 까다로운 고객을 위해서란다.

편집매장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매장 내 ‘색감’이다. 대부분의 매장들은 외벽을 흰색으로 처리해 깔끔한 느낌을 주고자 한다.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유니폼은 소위 ‘폴로스타일’이라 불리는 피케셔츠와 면바지다. 프리스비의 직원 유니폼은 ‘파란색 상의-베이지색 하의’로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라츠의 경우 남성 고객들이 IT 기기를 주로 구매한다는 것에 착안해 소위 ‘메트로섹슈얼’로 불리는 젊고 잘생긴 20대 남성들을 매장 직원으로 채용했다. 동성(同性)의 설명을 통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졌구나’ 하는 식의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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