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웅진케미칼, 日 선점 탄소섬유 진출 준비
코오롱 등 이어 휴비스도 ‘아라미드’ 분야 가세
“여러분, 이게 바로 ‘옥수수 티셔츠’입니다. 아기 팔뚝만 한 옥수수 4개로 만든 거예요.”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 건물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옥수수에서 뽑아낸 원사(原絲)로 만든 ‘옥수수 니트’ 발표회가 그것.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지 않고 땅에 묻으면 1년 안에 완전히 썩어 없어지는 이 친환경 원사는 화섬기업 ‘휴비스’가 2년 넘는 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행사를 주최한 세아상역 관계자는 “5년 뒤 세계 섬유시장의 10%는 친환경 섬유가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섬유업계는 ‘소재 전쟁’이 한창이다. 그간 섬유산업은 조만간 사라지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홀대받아 온 게 사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섬유기업들은 일찍이 최첨단 섬유소재 개발에 눈을 떠 현재 수천억 달러 규모의 ‘신(新)섬유’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섬유는 옥수수 원사 같은 ‘친환경 섬유’부터 비행기 동체, 방탄복 제작 등에 필요한 ‘슈퍼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인공혈관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나노섬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섬유’도 주목을 받고 있다.
○ 일본의 ‘블루오션’, 신섬유 시장
섬유업계에서 첨단소재 개발로 글로벌 강자가 된 기업으로는 일본 도레이사(社)가 유명하다. 도레이는 1920년대 ‘레이온(인조견)’을 만든 섬유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탄소섬유’ 등 첨단섬유로 사업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탄소섬유란 아크릴섬유를 고온에서 탄화시켜 만든 섬유로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나 된다. 도레이 측은 “경량화가 핵심인 자동차와 항공업계의 수요가 많다”며 “비행기 동체에 탄소섬유를 사용할 경우 무게가 줄어 연료소비효율이 최대 20%까지 향상된다”고 밝혔다. 도레이는 최근 독일 다임러사(社)와 벤츠에 적용할 자동차용 부품 공동 개발 계약을 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80%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효성과 웅진케미칼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년 세계 탄소섬유 시장 규모는 약 13만 t에 달해 시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 국내 섬유기업들의 뒤늦은 ‘하이킥’
탄소섬유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섬유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섬유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코오롱은 기아차의 신차 ‘K5’ 좌석에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세계 최초의 발열 스마트섬유 ‘히텍스(HeaTex)’를 납품했다. 히텍스는 전도성 섬유에 전기를 원하는 데로 흘려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섬유다. 열선이 깔린 곳만 뜨거웠던 종전의 차량시트와 달리 좌석 전체가 부드럽게 고루 데워지는 게 특징이다. 혹한기 방한용 의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현재 유럽과 북미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들과 기술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군용 의류에 히텍스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섬유의 일종인 ‘아라미드’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아라미드 섬유는 방탄복, 골프채, 방화복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고부가가치 섬유소재. 이 시장에는 코오롱, 효성, 웅진케미칼에 이어 최근 휴비스도 뛰어들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측은 “2015년 세계 신섬유 시장 규모는 5814억 달러(약 669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전체 섬유시장의 3분의 1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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