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다 바꿔’ 열풍

  • 동아일보

45년만에 ‘제조창’ → ‘제조공장’으로
점유율 하락 위기감 반영
낡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

KT&G가 45년 만에 ‘제조창’ 명칭을 ‘제조공장’으로 바꾼다. 최근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린 KT&G가 조직 개편과 함께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려는 차원에서 계획한 일이다. KT&G는 5일 “1965년 신탄진 제조창을 준공한 이래 줄곧 공장을 ‘창’으로 불러왔지만 브랜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창(廠)은 ‘공장’을 의미하는 한자어. 우리나라 최초의 신식 병기 공장이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번사창(飜沙廠)’에서 ‘창’의 쓰임을 찾아볼 수 있으나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KT&G는 현재 대전 신탄진, 경북 영주, 광주, 강원 원주 제조창 및 충남 천안 인쇄창 등 총 5개의 ‘창’을 보유하고 있다. 신탄진 제조창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65년 건립됐고, 그 다음은 영주(1970년), 광주(1975년), 원주(1983년) 제조창 순이다. 천안 인쇄창은 1974년 만들어졌다.

‘제조창’의 명칭 변경은 올해 초 민영진 사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만든 ‘상상발전소’에 한 직원이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상상발전소’는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건의함이다. 접수된 내용 중 타당성 있는 의견은 45세 미만 직원 16명으로 구성된 ‘영보드(young board)’에서 걸러 운영진에 전달한다.

이 같은 KT&G의 ‘분위기 쇄신’ 조치는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에 따른 위기감에서 나왔다. KT&G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999년 93.5%에서 2009년 62.3%로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58.3%까지 떨어져 사상 최악의 점유율을 보였다. 영국 BAT의 ‘던힐’, 미국 필립모리스의 ‘말버러’, 일본 JTI의 ‘마일드세븐’ 등 수입 담배에 시장을 서서히 내주고 있는 것. 담배업계에서는 2012년까지 수입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떨어지는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KT&G는 6월부터 세계 4위 영국 담배회사 임페리얼타바코의 ‘다비도프’도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다. KT&G가 외국 담배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G 측은 “3월 전체 조직을 19% 줄이는 인사개혁을 실시하고 부서 통폐합도 했다”며 “낡은 이미지에 새바람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회사 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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