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전세계 저금리기조는 위험… 경기 회복세 맞춰 조정해야
中 민간소비 대규모 확대… 한국 수출에 청신호 될것
‘넥스트 아시아’ 한글판 출간
스티븐 로치 회장이 29일 자신의 책 ‘넥스트 아시아’의 한글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아시아가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간소비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모건스탠리
“한국은행을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계속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면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자신의 책 ‘넥스트 아시아’의 한글판 발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로치 회장은 “기준금리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한 번에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기라는 비상상황에서 내린 금리를 분명한 회복국면에 들어선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회복세가 약하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 아니라 그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출구전략을 시행할 적절한 시점을 놓친다면 2003∼2007년의 주식시장 거품(버블) 현상이 반복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는 중국 위안화 절상 논란과 관련해서는 환율 재평가는 ‘우회적인 방법’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일본 엔화 재평가나 2002∼2008년에 유지된 달러화 약세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위안화 절상 논란으로 대표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지금 당장 심각해지지는 않더라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시장, 그중에서도 한국이 아주 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한국 기업들의 수출 잠재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에선 2008년 원화가 평가 절하된 덕분이라고 하지만 이는 회복의 한 요소였을 뿐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며 “한국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그리스에서 시작돼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도 하락에 대해서는 “은행 등이 부실채권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진통이며 구제금융 제공으로 상황이 악화됐고 일부 금융기관의 ‘사기성’ 행동도 일조했다”며 “경기 호황기에 재정정책을 규율 있게 관리하지 않으면 불황기에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출 주도형 경제를 표방해 온 아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이러한 소비 공백을 메울 대안은 중국의 민간소비 증가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로치 회장은 “내년부터 시작될 중국의 제12차 경제5개년 계획에 대규모 소비지향적 정책이 포함될 듯하고 이는 중국의 최대 교역국인 한국의 수출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집중 육성할 서비스산업과 각종 소비재뿐 아니라 그린에너지 기술에 이르기까지 수출 품목도 다양하므로 한국 경제가 큰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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