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출근후 첫 업무는 맥주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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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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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홍천 하이트맥주 중앙硏 ‘파일럿 플랜트’ 가보니

균일한 맛내기 입으로 점검
3개 공장 수시로 ‘양조미팅’
외국맥주 시음-성분 분석 등
‘맥주 시장 15년 1위’ 뒷받침

하이트맥주 연구원들이 강원 홍천공장 중앙연구소 파일럿 플랜트에서 시제품 맥주의 원료로 쓰이는 맥즙이 들어갈 용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하이트맥주
하이트맥주 연구원들이 강원 홍천공장 중앙연구소 파일럿 플랜트에서 시제품 맥주의 원료로 쓰이는 맥즙이 들어갈 용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하이트맥주
“콩 삶는 것 같은 냄새가 나죠? 맥즙(액체 상태의 맥주 원료) 냄새입니다. 저희는 매일 맡는 구수한 냄새죠.”

13일 찾은 강원 홍천군 북방면에 있는 하이트맥주 홍천공장 중앙연구소에선 연구원의 설명처럼 정말 ‘술이 익어가는 듯한’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 한가운데 홍천공장의 거대한 맥주생산 설비를 축소한 것 같은 미니 양조장,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가 눈길을 끌었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올해로 15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 숨어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 ‘소비자 입맛 잡을 맥주 맛을 찾아라’

한 번에 맥주 시제품 500L를 만들 수 있는 파일럿 플랜트는 규모는 작아도 다양하고 차별화된 맥주 맛을 발굴하려는 하이트맥주의 ‘고뇌’가 집약된 공간이다. 중앙연구소 전장우 차장은 “마케팅 파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달 받은 맥주 맛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실험이 파일럿 플랜트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재료 배합, 숙성 기간과 온도의 변화 등 차별화된 맥주 맛을 찾아내기 위한 실험을 하는가 하면 매년 각 대륙의 인기 맥주를 수십 종 들여와 시음해 보고 화학성분을 분석해 조리법(레시피)을 만드는 작업도 이뤄진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 하이트맥주가 지난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맥스 스페셜 호프 2009’와 ‘맥스 더 프리미엄 에디션’이다. 미국이나 독일, 체코산 호프 대신 향이 강한 뉴질랜드산 호프를 사용해 호평을 받았다. 전 차장은 “한국 음식의 특성 때문에 아직 국내에선 맛과 향이 강한 유럽풍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호프나 효모를 바꾸거나 식이섬유를 첨가하는 등 다양한 맥주 맛을 찾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하이트맥주는 새로운 한정판 맥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 ‘맞춤형 맥주’로 세계시장 공략

파일럿 플랜트가 다양한 맛의 맥주를 개발하는 공간이라면 중앙연구소 품질관리팀은 ‘맛의 균질화’를 위해 고심한다. 품질관리팀 연구원들의 하루 일과는 당일 출고분 맥주를 미리 맛보면서 전날이나 일주일 전, 한 달 전 출고분과 균일한 맛인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강원 홍천, 전북 전주, 경남 마산 등 하이트맥주 공장 관계자들은 수시로 모여 서로가 만든 맥주 맛을 보고, 생산 공장에 따른 맥주 맛의 차이를 줄일 방안을 의논하는 ‘양조미팅’을 갖는다.

맛의 차별화, 맛의 균질화에 쏟는 정성은 판매 증가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250억 병(500mL들이 기준)을 달성했다. 매월 1억2500만 병, 초당 48병씩 맥주를 팔아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2000년 53%로 국내 시장 점유율 50% 시대를 연 이후 지난해 57.6%로 높아졌다. 2006년 9월 선보인 맥주 브랜드 ‘맥스’는 지난해 월평균 100만 상자(500mL 들이 20병)씩 팔리며 하이트맥주의 차세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에는 일본과 몽골 등은 물론이고 ‘금주의 땅’ 이라크에도 하이트맥주가 수출되고 있다. 현지인의 입맛을 공략한 맞춤형 맥주는 하이트맥주의 세계 시장 공략 비법이다. 일본에는 ‘제3맥주’로 불리는 주정을 추가한 맥주를, 이라크에는 알코올 도수를 높인 ‘고도 맥주’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품질관리팀 김성곤 부장은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지에 있는 양조학교로 매년 연구 인력을 보내 양조 신기술과 맥주 맛의 세계적인 추세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천=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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