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모두 ‘Buy’할때 ‘Bye’… 고독한 용기-인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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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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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만인이 합창을 하면 주가는 거꾸로 간다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낙관론자 득세하면 ‘상투’ 가깝고
비관론자 득세하면 ‘바닥’ 가까워
일희일비 하지말고 소신투자를


전투에서는 용감무쌍하지만 집에서는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공처가 장군이 있었다. 어느 날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공처가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려고 부하들 중에서 결혼한 사람들을 모두 연병장에 집합시킨 뒤 ‘자기 아내가 무서운 사람은 빨간 깃발 아래, 그렇지 않은 사람은 파란 깃발 아래 모이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거의 모든 부하가 우르르 빨간 깃발 아래에 모였는데 유독 한 사람만 파란 깃발 아래에 서 있었다. 장군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그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머뭇거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저… 제 마누라가요… 남들이 많이 가는 곳에는 다치기 쉬우니까 가지 말라고 해서 파란 깃발 아래로 왔는데요….”

그 부하가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투자 경험도 일천하고 멍청한 겉 모습을 보면 투자수익률이 형편없을 것 같은데도 의외로 투자 결과는 백전백승으로 나타났다. 주위의 투자자들이 감탄과 부러움 속에 그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마누라가 시키는 대로 남들이 많이 가는 곳을 피해서 투자했을 뿐인데요.”

이 공처가의 말대로 주식투자의 성공 비결은 많은 사람이 사고파는 패턴과 반대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는 이미 시장이 과열돼 주가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있을 시점이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추가 매수세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발 빠르고 현명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이미 팔고 있거나 팔려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투자자 대부분이 주식을 팔고 싶다는 것은 주식의 가격이 상당히 내려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 겁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투자자가 주식을 팔아 치우고 나면 앞으로 매도 물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노련한 투자자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오히려 주식을 낮은 가격에 꾸준히 사들일 준비를 할 것이다. ‘증시 주변에 낙관론자가 득세하면 상투가 가깝고, 비관론자가 득세하면 바닥이 가깝다’는 격언도 있다. 더구나 만인이 합창을 하면 더욱더 그 징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만인의 합창은 대개 상승 국면의 정점 언저리 또는 하락 국면의 바닥 근처에서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교훈을 아주 잘 알면서도 좀처럼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대중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면 큰 지혜와 고독한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가는 길과 반대로 가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각오와 인내심도 요구된다. 단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을 본다면 하루하루의 등락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남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종목들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투자 철학을 꿋꿋하게 실천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 대표적인 투자자가 워런 버핏이다. 버핏의 가치투자는 이제 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몇 가지 예를 든다면 1999년 전후에 세계적으로 인터넷 등 기술주들이 연일 폭등할 때에도 그는 ‘인터넷주는 손대지 않겠다’며 기술주들을 철저히 외면했고 그의 추종자들마저 한때 버핏의 시대가 끝났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꿋꿋하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갔고 결국 인터넷주들의 대폭락을 피해 갔다. 또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몰아치며 작년 초에 많은 사람들이 제2의 세계 대공황을 거론할 때 그는 ‘지금이 주식을 사기 가장 좋은 때’라고 외치며 남들과 달리 주식을 사기 시작했고 결과는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버핏은 6년 전에 아내 수전과 사별하고 아내가 생전에 소개해 주었던 멩크스라는 여자와 재혼했는데, 그러고 보면 버핏은 다분히 공처가 기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두에 언급했던 공처가 부하처럼 아내의 말을 잘 듣고 남들과 반대로 투자를 해서 크게 성공한 것이 아닐까.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비록 공처가가 되더라도 만인이 합창을 할 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거꾸로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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