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이번 주 격언 : 도미를 사러 가서 정어리를 사지 말라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우량주… 비싼만큼 제값하기 마련
실패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적어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도미가 먹고 싶다는 가족들의 말에 영희 엄마는 도미를 사러 시장에 갔다. 시장에 가는 동안 영희 엄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미구이를 할까, 아니면 남편이 즐겨 먹는 도미 매운탕을 끓일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생선가게 앞에서 만난 옆집 철수 엄마는 요즘 정어리가 물이 한창 좋을 때이고 정어리찌개를 자기 가족들이 무척 먹고 싶어 한다고 수다를 떨며 정어리를 사는 것이었다. 마음이 흔들린 영희 엄마도 도미를 사려던 처음의 계획을 바꾸어 정어리를 사버렸다.

영희 엄마는 정어리가 물이 좋다니까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오자마자 갖은 양념을 넣고 정어리찌개를 끓여 내놓았다. 그러나 식구들은 도미가 먹고 싶었는데 웬 정어리냐며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희 엄마는 철수 엄마가 원망스러웠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홍길동 씨는 주식을 매입하기 전에 나름대로 종목연구를 열심히 했다. 특히 A종목은 친구가 다니는 회사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회사라고 듣고 있었다. 홍 씨는 A종목에 대해서 증권사에서 나온 투자자료도 뒤져봤고 A회사의 주식담당자에게 전화를 거는 용기까지 발휘해 영업실적 확인까지 마쳤다. 이렇게 며칠을 고생하고 노력해서 A종목에 대한 매입 결정을 하고 증권사 객장에 갔다.

그런데 객장에서 몇 번 만나 안면이 있던 임꺽정 씨가 B종목에 대한 아주 좋은 정보를 들었다며 B종목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홍 씨는 잠시 망설였지만 임 씨가 B종목에 대해 워낙 자신 있게 말하고 정보도 그럴 듯해 처음의 계획을 바꿔 B종목을 매입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B종목은 호재성 루머로 잠시 오르는 듯하더니 그 루머가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며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A종목은 조사했던 대로 영업실적 호전을 재료로 꾸준한 상승세를 타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홍 씨가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다.

애당초 매입하려던 종목은 영업실적이나 주가재료 등에 대해 검토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었던 종목이고 자신의 조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투자수익을 크게 얻을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러나 객장의 투자자나 정체불명의 인터넷 주식카페에서 얻어들은 정보를 믿고 매입한 주식들은 정보의 정확성 여부도 알 수 없고 사전에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이다. 홍 씨는 도미를 사려다 정어리를 사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이번 주 격언이 시사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가급적 우량주를 사라는 것이다. 수확량이나 계절적 수요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도미는 값이 비싼 고급 어종에 속하는 반면, 정어리는 값이 싼 저급 어종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 1만 원을 들고 갔는데 도미는 두 마리를 살 수 있고 정어리는 열 마리를 살 수 있다면 개수에 솔깃해 정어리를 사기 쉽다.

주식시장에서도 100만 원을 투자하려는데 어떤 고가 종목은 10주밖에 못 사고 다른 저가 종목은 500주나 살 수 있다면 수량에 현혹돼 저가주를 사는 경우도 있다. 저가주라고 무조건 나쁜 주식이고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저가주가 성장주가 돼 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들 중에 주식 투자의 결과가 늘 좋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주로 저가주에만 투자해 오진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몇 주 못 사더라도 고가주를 사보며 투자 습성을 한번 바꿔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해마다 연말에 투자자별 연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고가 우량주 중심의 투자를 한 외국인들의 수익률은 높은 반면, 저가주 중심으로 투자를 한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통계가 반복돼 나온다. 개인투자자들 입맛에는 정어리가 더 맛있는지 몰라도 시장에서는 도미를 더 비싼 가격으로 쳐주는 것이다. 생선이야 값의 고하를 떠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을 먹어도 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시장의 입맛 또는 주도세력의 입맛에 맞는 주식을 골라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주변의 떠도는 정보에 혹하지 말고 자신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주식을 사고, 가급적 저가주보다는 고가 우량주를 사는 습관을 들여 보자. 투자 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