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남매가 만든 와인, 우애도 함께 숙성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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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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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로 피스(fils)는 아들(들) 혹은 후손을 뜻한다. 프랑스 와인 이름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어다. 부르고뉴의 ‘부샤르 페르 에 피스(Bouchard P`ere et Fils)’를 번역하면 ‘부샤르 집안의 아버지와 아들’ 정도로 적을 수 있다. 성과 함께 이 피스라는 단어가 붙었다면 그곳은 적어도 2대 이상 와인 양조업을 해오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와인업계에서 아들이 대를 이어가며 가업을 잇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매가 함께 가업을 이어 활약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은데, 와인 애호가가 기억해 두면 좋을 남매가 만든 와인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누가 뭐래도 와인업계의 최고의 남매는 부르고뉴 몽티유 가의 에티엔과 알릭스가 아닐까 한다. 도멘 드 몽티유를 운영하는 에티엔은 1990년대 중반까지 변호사와 양조업을 병행하다 현재는 와인 양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한때 부르고뉴의 거대 와인회사인 부아세의 와인메이커로 활동했던 알릭스는 오빠와 함께 ‘메종 되 몽티유’라는 회사를 만들어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다.

회사명 되(DEux)는 이들 가족의 성인 ‘드(de) 몽티유’와 프랑스어로 둘을 뜻하는 ‘되(deux)’를 절묘하게 섞어 만들었다. 이들 남매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와인 영화 ‘몬도비노’(2004년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최고상 수상작)에 아버지 위베르와 함께 등장해 와인에서 테루아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기도 했다.

부르고뉴의 도멘 ‘그로 프레르 에 쇠르(Gros frere et soeur)’는 19세기부터 와인업을 해오고 있는 그로 집안의 구스타브와 콜레트 남매가 만든 와이너리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도 소개된 바 있다. 와인 라벨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인인 마리안을 그려 넣은 도멘 ‘A F 그로(A F Gros)’의 소유주 안프랑수아즈 그로는 이들의 조카다. 도멘 미셸 그로는 안프랑수아즈 오빠 미셸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다.

그로, 몽티유 가문의 남매들이 유명하긴 해도 현재 와인업계를 통틀어 가장 이름이 많이 알려진 남매는 기바야시 유코와 신 남매일 것이다. 만화 ‘신의 물방울’ 저자인 아기 다다시는 기바야시 남매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필명이다. 세 살 터울의 이 남매는 5분이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매일같이 만나 와인을 마시고 신의 물방울 스토리를 구상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이들 중 제일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알릭스다. 메종 되 몽티유의 와인 라벨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몽티유의 이름 중 여동생의 이름이 오빠 이름보다 먼저 적혀 있다. 파격적으로도 보이는 이름 순서는 오라버니에 대한 여동생 알릭스의 수완의 결과물로 보인다. 물론 오빠 에티엔의 동의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래저래 보기 좋은 남매다.
● 이번 주의 와인

메종 되 몽티유 뫼르소 프르미에 크뤼 레 샤름


뫼르소는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이 와인을 잘 만드는 곳으로는 도멘 데 콩트 라퐁과 코슈뒤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와인에 비해 가격은 훨씬 저렴하면서도 품질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뫼르소를 찾고 있다면 이 와인이 답이다. 화이트 와인의 귀재라는 명성을 획득한 알릭스 드 몽티유가 만들었다. 샤르도네 100%.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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